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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프] 러시아 인구문제

김성진

2017.06.23

프로젝트: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 공동기획 - 세계 싱크탱크 동향분석
제목: 인구변화와 사회변동 (4) 러시아 - 러시아 인구문제
저자: 김성진 (덕성여자대학교)
No.2017-31


여시재는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과 공동기획으로 세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현안과 주요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이번 기획의 주제는 “인구 변화와 사회변동” 이다. 저출산 고령화, 다인종 다문화 사회, 이민 수용, 도시와 지방의 격차 심화, 여성의 정치 참여 등 인구 변화가 가져온 사회 현상과 각국의 핵심 쟁점을 소개한다. 또한 인구 변화에 대응하기위한 국가 정책(고용 및 복지, 산업전략, 성장 정책, 여성정책, 지방발전전략 등)의 각국별 특징을 분석한다.

이 글의 목적은 러시아 인구감소와 요인,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정책과 그 의미를 살펴보는 데 있다. 특히 이 글에서는 인구감소에 대한 가족 및 출산정책, 그리고 인구의 자연감소를 상쇄할 수 있는 이주정책, 그리고 이러한 정책에 따른 사회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러시아 인구는 1990년 분리ㆍ독립 이후 약 1억 4천 770만 명이었으나 2009년 약 1억 4천 270만 명으로 5백만 명 가까이 감소하였다. 특히 러시아 인구는 1990년대 매년 15-20만 명이 감소하는 수준에서 2000년부터 2006년의 기간동안에는 연평균 50-60만 명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하면서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되었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은 2000년 7월 연두교서를 통해 인구감소가 러시아의 심각한 안보위기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하였다.

러시아 총인구 변화의 내면을 살펴보면 러시아의 인구문제가 심각한 안보문제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인구증감은 출산과 사망에 따른 자연증감과 인구의 유출입에 따른 사회적 증감으로 요약될 수 있다. 러시아 인구감소는 2000년대 중반까지는 출산율 저하와 사망률 증가에서 기인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구의 자연감소가 이주자 유입으로 다소 완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의 출산율은 1960년대 약 280만 명(인구 1천 명 당 23.2명), 1980년 220만 명(1천 명 당 15.9명)을 유지하다가 1990년 199만 명(1천 명당 13.4)명을 기록한 이후 감소하였다. 출산율은 1993년 138만 명(1천 명 당 9.4명)을 기록한 이후 1999년 121만 명(1천 명 당 8.3)으로 최저를 기록했으며 이후 2014년 194만 명(1천 명 당 13.3명)으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출생율 변화에 따라 인구의 자연증감은 1960년 약 190만 명, 1980년 약 68만 명, 그리고 1990년 33만 명의 증가를 기록했으나, 1992년 처음으로 감소로 전환되어 21만 명(1천 명 당 -1.5명)의 자연감소를 기록하였다. 이후 러시아 인구의 자연감소는 1995년 84만 명, 2000년 약 96만 명, 그리고 2005년 약 85만 명 감소로 그 폭이 크게 확대되었다. 이러한 자연인구 감소는 2006년 약 69만 명, 2010년 약 24만 명으로 완화되었으며, 2013년에 이르러서야 출생 189만 6천명, 사망 187만 2천 명으로 약 1만 6천 명의 자연증가를 기록하게 되었다.

인구감소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정책은 다른 많은 국가에서 취하는 정책과 그 영역이 다르지 않다. 인구정책은 이미 소비에트시기부터 진행되어왔으며, ‘가족정책’의 틀 내에서 많은 부분 설명할 수 있으나 보건, 주택, 연금 등 영역의 정책과도 닿아 있다. 러시아의 가족정책은 이미 1995년 연방가족법, 1996년 가족정책 기본방향에 대한 대통령령 등으로 제시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인구 자연감소가 급속히 진행되었던 2000년대 초반의 위기감을 반영해 푸틴 대통령은 2006년 연례교서를 통해 모성자본프로그램(maternity capital program)을 발표한 이후, 2006년 12월 ‘자녀를 둔 시민을 위한 국가 보조금에 대한 법령’, 2007년 10월 ‘2025년까지의 국가인구정책개념’이 마련되었다.

이러한 정책은 대체로 소비에트시기부터 제기되어왔던 문제의식과 연결되어 있으며, 주택문제, 자녀교육 지원문제, 그리고 노년기 여성의 경제적 안정성의 불투명문제 등이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기초하고 있다. 특히 포스트소비에트 러시아 정부의 정책은 여성고용 증가와 이에 따른 임신과 출산 휴가, 자녀 양육에 따른 가족과 자녀 지원금, 그리고 주택에 대한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신과 출산휴가는 소비에트 시기 정책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1991년 직장이 보호되는 무급휴가는 3년으로 연장되었으며, 이와 함께 파트타임 근로가 선택적으로 적용되었다. 이러한 접근은 1993년 임신중인 여성에게 1년의 모성휴가를 허용하는 수준으로 확대되었다. 또한 2002년 노동법 개정으로 부모의 출산ㆍ육아 휴가시 임금을 고용주가 아닌 사회보장기금에서 지급하도록 하였다. 이와 함께 2006년 12월의 ‘자녀를 둔 시민을 위한 국가 보조금에 대한 법령’은 1.5세까지 지급되는 자녀 지원금을 월 700루블에서 자녀 1명의 경우 월 1,500루블, 그리고 다자녀의 경우 월 3,000루블(약 110달러)까지 지급하도록 하였다. 러시아 정부의 가족과 자녀에 대한 지원금은 2007년 이후 임신여성 지원금, 산부인과 조기등록에 따른 1회성 지원금, 자녀출산 혹은 입양시 부여되는 1회성 지원금, 모성지원금, 자녀지원금, 재택 육아를 위한 지원금(모성 휴가 1년), 부모육아휴가 지원금 등의 형태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지원은 2008년 남편이 징집된 임산부의 경우 월 14,000루블(560달러), 그리고 아빠가 징집된 0-3세 자녀에게 월 6,000루블(220달러)의 추가 지급으로 이어졌다.

특히 2007년 1월 실시된 모성자산(maternity capital)정책은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을 투여해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이는 둘째 혹은 셋째를 출산하는 여성에게 25만 루블(1만 달러)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다만 이 지원은 현금이 아닌 국가증명서 형태로 지원되며, 자녀의 25세 생일까지 자녀의 진료와 교육, 주택 개선, 그리고 부분적으로 자녀를 둔 여성의 연금 투자에만 사용될 수 있도록 제한되었다(Avdeyeva 2011, 371-372).

러시아 정부는 출산장려정책과 함께 이주민, 특히 탈소비에트 공간으로부터의 러시아어 사용자 유입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였다. 2007년 1월에 발효된 ‘러시아내 외국인의 법적 지위에 관한 법령’은 러시아와 CIS 국가들 간의 비자면제협정을 통해 이들 국가로부터 유입된 불법이주자에 대한 사면과 취업허가(working permit) 부여를 허용하였다. 또한 러시아 정부는 2007년 해외거주 러시아계 주민의 이주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였다. 인구감소를 완화하기 위한 대체이주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입장은 2012년 6월 ‘러시아연방의 이주정책개념 2012-2025’에 반영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어 사용자와 전문직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과 이들의 통합을 위한 정책을 2025년까지 3단계에 걸쳐 시행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러시아의 인구문제에 대한 정책은 2025년까지 총인구 1억 4천 5백만 명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13년 이후 자연증가율이 2만 4천명 증가(1천 명 당 0.3명)으로 전환되면서 인구감소가 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평가가 나타나고 있다.

첫째, 이러한 인구증가가 가족정책의 성과라기보다 인구구조에서 비롯된 단기적 효과라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출산 증가가 1980년대 증가했던 여성인구가 가임연령대에 도달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1990년대의 출산 감소는 조만간 가임여성수의 감소를 낳게 될 것이며, 평균연령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1950-60년대에 출생한 인구의 사망이 증가하면서 자연증가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둘째, 각종 보조금의 지급과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무엇보다 러시아 정부의 정책이 소비에트식 정책의 연장선에서 양성평등보다는 여성의 출산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여성의 노동참여에도 불구하고 사회와 가정내 양성평등에 대한 제도적 접근의 부재는 여성의 부담증가를 초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조금의 지급에도 불구하고 육아시설의 감소 등 정부의 육아에 대한 책임이 감소되면서 육아환경이 더 열악해지고 있는 현실에 기초한 것이다.

셋째, 출산율의 증가는 한시적일 뿐만 아니라 출산의 지연과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990년의 경우 총출산은 15-19세가 13.9%, 20-24세가 36.6%, 25-29세가 27.0%, 30-34세가 15.6%, 그리고 35-39세가 5.9%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러한 구성은 2014년 15-19세 4.5%, 20-24세 21.9%, 25-29세 35.5%, 30-34세 24.6%, 그리고 35-39세 11.1%로 1990년에 비교해 30세 이상의 출산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넷째, 출산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빈부격차 확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정부 보조금의 증가가 상대적으로 대도시 중산층보다는 빈곤층의 출산에 더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근거 없는 우려라고 할 수 없다.

끝으로 이주정책 역시 선별에 여전히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적인 특성을 강화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인구문제 자체가 이미 지역적인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극동지역은 1990년 이후 약 1백만 명의 인구가 감소해 5백만 명 규모로 감소했으며, 이러한 감소는 2010년 기준으로 러시아 총인구 감소의 약 20%에 달하는 규모이다. 반면 모스크바 인구는 총인구 감소와 무관하게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주민 유입은 총인구 증가에 대한 긍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국내이주와 연결되면서 주요 도시의 인구집중과 이에 따른 주택과 사회정책에 대한 부담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유입인구의 구성에 따라 지역의 반발과 외국인 혐오 등을 야기함으로써 또 다른 사회ㆍ안보문제를 촉발하고 있다.

러시아의 인구문제에 대한 접근은 출산문제가 일-가정 양립 지원과 양성평등에 대한 사회ㆍ제도적 변화 없이는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사회변화를 추동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 또한 인구감소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대체이주 역시 장기적 대책이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접근이며, 사회갈등과 사회관계 변화가 야기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인구문제가 단순한 노동력과 연금의 문제가 아니라, 출산과 육아를 위한 재정지원과 함께, 가정과 사회내 양성평등, 정체성 갈등과 빈부격차 해소 노력 등 중ㆍ장기적 사회변화를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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