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상단으로이동

[이슈브리프] 한반도를 보는 중국의 눈

이희옥

2017.06.15

프로젝트: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 공동기획 - 세계 싱크탱크 동향분석
제목: 각국의 한반도 인식 (2) 중국 - 한반도를 보는 중국의 눈
저자: 이희옥 (성균관대)
No.2017-24


여시재는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과 공동기획으로 세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현안과 주요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이번 기획의 주제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및 유럽 국가들이 현재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이다. 한반도는 주변국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각국에 있어 한반도와 관련된 중심 문제는 무엇인지를 알아본다. 나아가 새로운 한국 정부에 대해 각국에서는 어떠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주요 현안 및 관련 정책 논의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중국에 있어 한반도의 의미

중국에 있어 한반도는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특히 지정학이 부활하는 새로운 안보환경 속에서 한반도의 새로운 가치는 다시 주목되고 있다. 왜냐하면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에 따른 중국의 대미인식이 변했고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 정책을 계기로 중국이 대안적 개방을 제시하는 등 미중관계의 판도가 변하고 한반도의 전략적 위상도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2021년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과 2049년 건국 100년이라는 이른바 ‘두 개의 백년’을 앞두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국가대전략을 설계하면서 미국과 중국 모두 ‘린치핀’과 ‘운명공동체’로 간주하는 주변지역과 한반도에 집중적으로 정책을 투사하고 있다. 최근에도 일대일로 협력 고위급 포럼, 아시아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 창설 들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회의체에 한국의 적극적 참여를 요청하면서 중국과의 상관성을 높이고자 했다. 이러한 추세는 금년 가을 중국공산당 19차 대회를 앞두고 시진핑을 ‘핵심’의 지위에 올려놓고 ‘시진핑사상’을 띄우는 방식으로 일대 전기를 마련하고자 할 것이다

이처럼 중국의 대외전략은 국내정치와 대외전략이 긴밀하게 맞물려 작동하고 있다. 특히 부상한 힘을 바탕으로 미국이 만든 국제질서에 순응하기 보다는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강조하고 있으며 독자적인 중국방안(Chinese solution)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에게 중국의 핵심이익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면서 신형대국관계 정립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중국에게 있어 한반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지역봉쇄망에 균열을 낼 수 있는 핵심적인 전략적 위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국을 중국의 질서에 끌어들이거나 적어도 대미경사정책을 상쇄(offsetting)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사안별로 포용과 압박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한국외교의 선택의 난도를 높이고 있다. 사드문제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중국외교의 조정과정에서 배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한중관계는 사드문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까지 다른 어느 국가보다 안정적으로 발전했다. 그 결과 한국의 대외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에서 중국변수의 중요성이 높아졌고 한중간 협력을 통해 북한과 북핵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접근법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드문제로 인해 한중관계가 이미지와 실체가 혼재되어 있었던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을 계기로 북핵문제와 사드배치를 직접적으로 연계했고, 북핵문제 처리방식에 대한 중국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했으며, 사드배치를 결정하는 과정의 비민주성과 불투명성으로 인해 국내여론의 균열이 나타났고 박근혜 정부가 리더쉽 위기에 빠지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중국도 간접적인 방식으로 경제보복을 시도했으며, ‘한 국가가 자신의 안보를 도모하려고 할 경우 반드시 다른 국가의 안보이익과 지역의 평화·안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 문제가 한중관계 발전의 리트머스 테스트라고 간주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한국의 탄핵 정국 이후 새 정부의 사드배치에 대한 정책전환을 ‘배치중단 후 협상’ 카드로 한국정부를 압박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중국은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소통을 시도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새 정부 출범 직후 관계발전을 희망하는 축전을 보냈고 이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향후 “공통점을 모색하고 이견을 해소(求同化異)하기 위해 노력하고 차이를 타당하게 처리하자”는 중국의 희망사항을 전달했다. 중국의 여론도 ‘난민의 아들(難民之者)’로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 스토리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한국의 신정부도 일대일로 협력 고위급 포럼에 한국대표단을 파견한 데 이어,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해찬 의원을 대중 특사로 파견해 대중정책의 방향과 목표를 설명했다. 특히 ‘새로운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새롭게 접근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전략적 공간을 확대하고자 했다.

향후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기존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이라는 기존의 3원칙을 견지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세 요소는 어느 것도 빠트릴 수 없이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대북한 불신과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자산으로써의 북한의 전략가치가 여전하다고 보고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북핵문제’과 ‘북한 문제’도 구분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이를 연계할 경우 한반도 긴장상태를 극복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한반도 모든 문제가 ‘북한문제’로 환원되면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현실적으로 달성하는 것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시진핑 정부는 북중관계를 ‘정상국가 대 정상국가’로 간주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공조해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북핵문제가 평화적 방식으로 개혁할 수 없고 동시에 북한 비핵화를 위해 비평화적 방식도 사용할 수 없는 이중적 딜레마에 처해 있다. 특히 중국은 현재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험 성공, 북핵프로세스의 완성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것은 대북제재의 목적이 대화에 있고,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담대한 변화가 필요하며 전략적 소통을 통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한중관계의 핵심쟁점

문재인 정부는 한중관계의 어려움이 하나의 프레임으로 고착되어 더 많은 외교적 비용을 지불하기 전에 새로운 출구를 모색하고자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중국 공약사안은 “신뢰를 회복하여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중 고위급 전략경제대화(SED)와 국방당국간 대화활성화, 사드보복 철회와 북핵문제 등 한반도문제 관련 전략적 소통강화, 한중FTA의 이행을 강화하고 경제관계의 균형과 안정적 추진방안을 제시했다. 실제로 새 정부출범 이후 중국의 대한국 경제보복 현상이 일부 완화되기도 했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의 ‘햇볕정책 3.0’이 대중정책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일종의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다만 한중관계의 주요 이슈들이 양자관계를 넘어 복잡한 국제정치적 요소가 반영되어 있고, 양국의 국내정치가 대외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양면게임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담한 협력과 양보의 공간이 제한되어 있다. 예컨대 과거 한중관계를 어렵게 했던 사례인 마늘파동, 동북공정 등은 주로 양자변수이자 연성안보 이슈였다면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 사드문제 등은 한중관계 바깥의 외생변수이자 경성안보이슈라는 점에서 해결과정이 복잡하고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향후 한중관계와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 변수들은 한반도통일, 한미동맹, 북핵과 북한문제 그리고 일본문제 등이 있다.

첫째, 한반도 통일문제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정권변화(regime change)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 급변사태에 기대기보다는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한의 평화공존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잠정적으로 폐쇄한 개성공단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배하지 않는 범위에서 재개를 시도할 것이다. 한편 중국은 한반도 통일이 자주적, 평화적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대화·신뢰·협상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다. 이런 점에서 남북한이 실제적으로 통일과정에 접어들지 않는 한, 먼저 움직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문제는 한중 양국이 통일한국의 방법과 목표 그리고 통일 이후의 한반도 안보 지형에 영향을 주는 주한미군 문제 처리에 있어 인식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둘째, 한미동맹의 문제이다. 한국은 정권의 변화와 무관하게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공유해왔다. 사실 노무현 정부의 대미정책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한미동맹의 틀을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비록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동맹을 가치동맹에서 이윤동맹으로 전락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대미정책은 구조화된 한미동맹의 틀을 벗어나고자 하지는 않을 것이다. 즉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균형자가 아닌 ‘균형 잡힌(balanced)’정책을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을 통한 대북억지 우산을 제공받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한미동맹에 대한 인식은 과거 역외균형자(offshore balancer)의 역할을 현실적으로 수용해왔으나, 미중간 지역 세력전이 양상이 본격화되고 핵심이익에 대한 상호존중의 틀이 약화되는 과정에서 한미군사동맹을 ‘냉전의 유산’으로 보는 인식이 확장되었다. 사드배치를 둘러싼 미중간, 한중간 갈등은 이러한 동맹인식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셋째, 북핵과 북한문제이다. 문재인정부는 대북강압외교(coercive diplomacy)를 비판하고 이를 반면교사로 삼고자 했다. 즉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해서는 제재를 강화하면서도 김대중-노무현정부의 햇볕정책을 변형시킨 대북 유화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대북제재에 대해 국제사회와 공조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고, 김정은 정권의 정책변화를 일거에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민간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모멘텀을 찾고자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유지하면서 ‘북한체제의 안정’을 통한 장기적인 변화를 추구해 왔다. 왜냐하면 북한의 핵무기 발전은 주변지역의 핵도미노 현상을 가져오고 한반도에서 미·중간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는 한편 중국의 핵안전(nuclear safety)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 모라토리엄과 함께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이른바 ‘쌍중단(雙暫停)’과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동시에 논의하는 ‘투트랙(雙軌竝行)’ 방안을 제시했고, 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6자회담 속에서 다양한 방식의 대화채널을 가동하고자 했다.

넷째, 일본문제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부분 한국 국민이 정서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2015년말 위안부 합의를 포함해 한일관계의 위상을 새롭게 검토했다. 새 정부 출범 초 대일특사단도 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핵문제에 대한 공조, 미국의 아시아 전략 등과 맞물려 있고 한일관계의 전략적 가치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기존 협상의 파기나 재협상을 제시하지는 않을 뿐 아니라 한국이 중국과 공동으로 일본의 역사와 영토문제를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중국은 동아시아 지역 세력전이의 차원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줄이고 역내 주도권을 약화시키고자 한다. 중국은 역외국가인 미국이 역내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축(anchor point)이 일본이라고 인식하고 있고, 미국의 강력한 개입 속에서 한일군사협력이 심화되는 등 일본의 행동이 자국의 전략적 이해와 상충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해서는 “냉전적 사고를 고수하고 정보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한반도의 대립과 대결을 더욱 격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드배치 문제의 새로운 접근

현재 한중관계의 핵심 쟁점은 사드배치 문제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중관계도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달려 있다. 과거 한국정부의 사드배치에 대한 입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위적 조치의 일환이다. 북한 비핵화 속도보다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발전이 빨라진 상태에서 안보불안감이 크게 고조되었고 이에 따른 자위적 조치가 필요했다. 즉 주변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국가이익에 따른 안보주권이다. 둘째, 안보취약성의 보강이다.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을 보장하는 등 한미동맹의 방기(abandonment)에 대한 위험관리가 필요했다. 셋째, 중국을 겨냥한 공격무기가 아니다. X-밴드 레이다 유효 탐지거리는 기술적으로 한반도에 국한되고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하기 위해 북쪽으로만 지향되어 운용되는 등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핵억지를 위한 순수한 방어용이다. 넷째, 한국이 독자적인 미사일방어체제를 운용하는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즉 사드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체제(BMD)에 그대로 편입되는 것이 아니며, 킬-체인(Kill-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KAMD)를 조기에 구축하고 이를 운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사드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배치 예정지역에 대한 정상적 환경영향 평가실시, 주민반발의 최소화, 사드 무기체계의 안보 효용성 평가, 정책결정과정의 투명성, 국회를 통한 민주적 통제 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현 상황을 동결한 이후 사드배치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로 진입했지만, 이것이 반드시 사드배치 철회를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

반면 중국의 반대논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드배치가 북한의 무기체계에 대비해 대북 억제와 강압에는 한계가 있다. 즉 하나의 사드 포대로는 북한 핵위협을 군사적으로 억제하거나 북한의 행태를 바꾸는 강압수단이 될 수 없다. 둘째, 중국의 안보딜레마 심화이다. 사드의 탐지범위는 중국의 서부지역을 모두 포괄하고 있으며 미국의 필요에 의해 운용형태가 변경가능하다. 실제로 중국은 한국이 미군이 도입하고 운용하는 사드체계에 대한 기술적 관여가 어렵다는 점에서 한국의 안보주권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셋째,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의 일환이다. 즉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거나 봉쇄하기 위한 미국의 동아시아 장기 전략이 투사된 결과이다. 넷째, 현재 방어무기가 아닌 미래의 전략무기이다. 사드 시스템이 현재를 위한 방어체계라는 것은 위장이고 미래시점을 위한 전략무기이며, 사드 시스템은 향후 미사일 방어체제로 편입되거나 요격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동북아 안보환경의 전략적 균형을 깨고 있다. 러시아가 사드배치에 대항하는 방어망을 새롭게 구축할 경우 역내 ‘힘의 균형’ 깨지는 등 중국의 새로운 전략적 부담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북핵과 사드배치 사이에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에 기존 입장을 철회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사드배치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자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하고 전략적 균형을 깨는 행동으로 간주하면서 중국지도부가 외교체면을 걸고 반발해 왔다는 점에서 향후 사드배치와 운용 등 진전계기마다 양국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한국도 북한의 현존하는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야 하고 국내 보수여론,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정부 출범 초기에 사드배치 철회를 선택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현실적 로드맵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선 사드 무기체계가 방어용에 국한된 것이라면 이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유와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면밀한 검토, 한·미의 군사기술자들의 방어용 무기체계라는 것을 중국에 확인시키는 과정, 사드 무기체계의 대북억지 효과에 대한 효용성 평가, 사드배치지역의 환경평가 등 절차적 정당성의 확보, 사드가 ‘방어용’으로 ‘북한’에 고정되어 운용되는 무기체계로 확인된다면 이를 변경할 경우 민주적 통제장치 확보, 한국이 미국이 미사일 방어체제에 편입되지 않는다는 분명한 입장천명, 사드배치가 곧 한미동맹의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단선적 동맹인식의 조정, 대북핵정책에 한중협력의 고도화, 행동 대 행동 원칙을 통한 담대한 접근을 고려한 출구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사드문제를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틀 속에서 패키지딜(Package Deal)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사드문제의 근원이 되었던 북핵의 외교적 민감도를 낮추는 문제, 새로운 시대상황에 따른 한미관계와 한중관계의 다시 정의하는 문제, 남북관계를 남·북·중·러의 협력을 통해 미국을 견인하는 접근방식의 전환, 안보리스크가 경제리스크로 전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방안, 미사일과 핵을 모두 포함한 6자회담 등 협상모드로의 전환, 한미관계와 한일관계 등 양자관계를 한미일 안보협력과 분리 접근하는 시도,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와 한미군사훈련의 탄력적 운용 등의 수단을 정책테이블에 함께 올려놓고 이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한중관계의 뉴노멀

시진핑 시기 중국의 대외정책은 미중관계와 동아시아 질서 속에서 한반도 문제를 접근해왔다. 중기적으로 동아시아 국제질서는 중국이 주도하는 질서나 중·일간 라이벌 경쟁 보다는 미·중간 균형이 약화(eroding balance)되거나 현상유지가 재연(status redux)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힘의 관계 속에서 중국은 자국의 국가이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성이슈일수록 그리고 지리적으로 중국에 가까울수록 미국과 경쟁하고 갈등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연성이슈이거나 지리적으로 중국으로부터 떨어져 있을수록 미국과의 협력공간이 넓어진다. 이것은 미·중간 중첩도가 크고 파급력이 큰 일본, 남중국해, 타이완, 한반도 문제 등 지역 이슈에 대해 미중 양국의 갈등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행정부도 아·태 전략의 핵심축인 미·일동맹의 틀 속에서 일본에게 더 많은 역할을 부여할 것이다. 비록 트럼프와 시진핑 행정부가 핵심이익에 대한 상호존중을 확인하고 다양한 전략대화를 강화하는 한편 미중간 경제협력을 강화할 것이지만, 미국은 지역 세력전이의 차원에서 대중국 견제를 지속할 것이다. 중국도 역내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내적균형과 외적 균형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할 것이다. 한편 한반도이슈에 대해서도 미국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지역동맹을 동시에 강화하면서 중층적 대중국견제의 틀을 만들고자 할 것이다. 일본 자위대에 대한 집단자위권 부여, 한·일간 위안부문제 합의 중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사드배치 결정도 이러한 미국의 전략구상의 일환이었다. 중국도 한국의 대미경사정책을 방지하기 위해 북핵문제에 대해 중국역할론을 강조하는 한편 25%에 달하는 한국의 대중국 경제의존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의 북핵과 사드국면의 실마리를 찾는다면, 북중관계를 재정상화해 한반도의 세력균형을 유지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한반도에서 안정적 규범을 제공하지 못했고 중국도 대안의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규범공백이 나타나는 동안에도 한국외교는 중국과 미국에 대한 상관성(relevance)을 높이지 못했다. 문제는 미중관계가 향후 협력이든 갈등이든 위상이 정립될 가능성이 크고 상대적으로 한국의 안보자율성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즉 미중관계가 좋아지면 한국외교의 공간이 늘어나고 미중관계가 악화되면 한국외교의 공간이 줄어든다고 보기 어렵다. 그 어느 경우든 한국외교가 종속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즉 한중관계가 한미동맹, 일본문제, 북한문제 등 ‘제3의 요인’이 개입되면서 질적 전환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의 대중국외교도 사안별로 선택적으로 지지하고 반대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심지어 사드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한중관계는 과거의 관계로 그대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과 갈등을 반복하는 새로운 정상(new normal)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외교의 방향은 ‘안에서 밖으로 구축되는 평화(peace built from the inside out)’를 만들고 미중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다자주의에 능동적으로 올라타면서 한국적 방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부분적으로 경제가 발전하는 나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한반도 통일 이후의 주한미군의 존재방식에 대한 해법, 현재의 국방체계가 효과적으로 북한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가, 한국외교가 국제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지분과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는가와 같은 ‘진실의 순간’에 대한 해답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비전속에서 전략과 전술이 재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태재미래전략연구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콘텐츠 연재물:

연관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