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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 공동기획 - 세계 싱크탱크 동향분석
제목: 2017년 개헌논의와 각국의 정치 체제 (4-1) 유럽 각국 - 유럽 극우주의 정당의 부상과 전망
저자: 고주현 (연세-EU 쟝 모네 센터)
No.2017-18
여시재는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과 공동기획으로 세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한 각국의 현안과 주요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이번 기획의 주제는 개헌논의와 각국의 정치 체제로 고립주의, 트럼프 현상 등으로 나타나는 민주주의 정치 시스템의 한계이다. 헌법개정, 선거제도 개혁 등, 각국 정치체제에 주어진 현안 혹은 당면 과제는 무엇이라고 인식하는지를 살펴보고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미래를 바라보는 각국 싱크탱크들의 예측과 제안을 들어본다.
유럽정치구도에서 고립주의, 민족주의 정당의 부상은 2000년 이후 지속되어왔다. 고립주의와 민족주의를 핵심 가치로 내건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유럽에서 주목받는 가장 큰 원인은 유럽통합의 확대와 세계화로 인한 이주민 증가 및 테러의 확산, 이에 따른 반자유주의와 국경철폐 요구의 증대에 기인한다. 많은 서유럽 국가들에서 좌우간의 이념 대립은 약화되었지만 정치적 균열요인들은 정체성, 종교, 가치 등의 이슈로 옮겨갔다. 대서양을 넘나드는 극우포퓰리즘은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을 넘어 최근 헝가리 등 중부유럽 국가들에서도 한창이다.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유럽의 극우정당들은 기존 매체를 불신하고 기성 체제를 반대하며 이슬람 이주민을 증오한다는 점에서 트럼프를 닮았다.
3월 15일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은 4-5월의 프랑스 대선, 9월 독일 총선에 앞서 유럽 급진주의 정당의 의회 장악력을 엿볼 수 있는 시험대였다. 향후 유럽 내 포퓰리스트 정당들의 향배를 예측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직전까지 여론조사 1-2위를 다투던 헤이르트 빌데르스(Geert Wilders)의 급진 우익 자유당(PVV)의 의석점유율에 유럽정치인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선거결과는 유럽 내 중도파를 우선 안심시켰다. 자유당은 예측보다 적은 20석을 얻는데 그쳤다. 현 집권당인 중도우파성향의 자유민주당(VVD)은 150석 가운데 33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네덜란드 총선에서 주목할 점은 자유민주당이 제1당의 자리를 유지할 수는 있었지만 지난 2012년 총선 대비 8석을 잃었고 노동당(PvdA)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38석을 얻어 자유당과 함께 좌우연립정부를 구성한 바 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9석을 획득하는데 그쳤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노동당의 몰락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선거결과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중산층 이하의 경제적 어려움이 주요인이라 할 수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지출을 축소하는 등 긴축정책을 실시했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양극화는 심화되었으며 좌파정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기대는 연정 파트너로서 노동당의 긴축정책 찬성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어졌다. 좌파주의 정당의 전통적 경제분야 레토릭인 반자유주의 복지 우선과는 다른 정책결과물에 대한 유권자의 반감이 포퓰리즘에 대한 지지와 기성정치권에 대한 외면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Carnegie Europe은 이번 네덜란드 총선을 통해 자유당이 집권하지 못하더라도 차기 정부에서의 영향력은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강한 정치적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네덜란드는 올해 선거에서도 해적당을 포함한 81개 정치그룹들이 의회 진출을 시도했다. 그 중 28개 정당이 후보를 냈고, 이번 선거를 통해 13개 정당의 원내진출이 가능해졌다. 네덜란드에서는 하원에서 최소 76개 의석을 얻어야 집권이 가능하다. 따라서 가장 많은 표를 얻는 정당이 어느 정당과 연정을 꾸리느냐가 중요하다. 연정을 통해 과반을 확보한 정당이 총리를 배출하게 된다. 대부분의 정당들은 빌데르스와의 연정을 꺼리고 있고 자유민주당의 대표이자 현 총리인 마르크 뤼테(Mark Rutte) 역시 자유당과의 연정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자유민주당과 연정했던 노동당이 이번 총선에서 대패하고 새롭게 부상한 좌파녹색당(GL)이 우파와의 연정을 꺼림에 따라 자유당과 온건파 간의 연립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집권연정을 구성하기 힘든 극우 자유당의 경우 오히려 앞으로 있을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에서 일정 부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고 기성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반감을 다음 선거에서도 활용하려 할 것이다. 또한 자유민주당 등 온건 우파는 자유당 지지자를 포섭하기 위해 극우주의적 아젠다를 적극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4월 말로 예정된 프랑스 대선에서는 마린 르펜(Marine Le Pen)이 이끄는 FN의 영향력 증대를 주목해야한다. FN의 부상은 과거 반유대주의적이고 급진주의적인 성향을 고수해왔던 FN이 정당쇄신을 위해 새로운 정체성을 장착한 탓도 있지만 보다 큰 이유는 프랑스 기성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주류 정당에 대한 지지를 ‘신뢰할만한’ 대안 정당으로 전환한 데에 기인한다.
프랑스에서 제5공화국 이래 지속되어왔던 양대 정당 구도는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 보인다. GMF(German Marshall Fund)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프랑스에서 고립주의 정당이 부상하고 있는 이유로 다음의 네 가지를 든다. FN의 반체제 담론이 설득력을 얻은 것은 첫째, 주류 정당들로부터 뚜렷한 대안을 찾을 수 없었던 점, 둘째, 주류 정당들이 선거 시 이용했던 반자유주의 담론이 집권 후 실현되지 못한 점, 셋째, FN을 기존 미디어 시스템의 피해자로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킨 점, 마지막으로 지난 10년 간 프랑스에서 대통령 권한의 변화가 전통적 양대정당구조를 약화시키고 신뢰할만한 대안으로 FN의 출현을 도울 수 있었던 점을 강조한다. 지난 20년간 UMP와 PS 두 주류 정당은 반복적으로 정권을 교체(alternance)해왔지만 유권자의 신뢰를 얻을 만한 정치변화를 이루지 못했다. 특히 자유주의 아젠다에 대한 양대정당의 입장은 모호했다. FN의 “반체제(anti-system)”라는 새로운 정치구호가 유권자 표심을 사로잡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파정부는 1980년대 이래로 경제분야의 자유화를 지향했지만 문화분야에서는 반자유주의 노선을 고수해왔다. 반대로 좌파정부의 경우 1970년대 이래로 경제분야의 자유화를 거부해온 반면 문화분야에 대한 명백한 자유주의 노선을 추구하고자 했다. 하지만 양대 주류 정당이 추구하고자 했던 분야별 차별화된 자유주의 전략은 결국 경제와 문화 모든 분야에서 자유주의를 강화시켜왔고 이는 지키지 못할 반자유주의 선언을 한 셈이 됐다. 예건대 좌파정부가 도입한 낙태, 동성간 결혼, 사형제 폐지 정책 등을 차기 우파정부가 철폐하지 못했고 좌파정부 역시 우파정부가 추진해온 경제자유화 조치를 돌이킬 수 없었다. 실제로 1983년 이래로 사회주의 정부는 경제적으로 자유화정책을 견지해왔다. 즉 자유주의 조치는 그게 경제이던 문화 분야이던 간에 선거 레토릭과 실제 권력의 실현 사이에 큰 간극으로 나타났다. FN은 주류 정당들의 정치적 교체와 연이은 정책변화실패를 주요한 선거구호로 사용해왔고 이와 같은 간극이 포퓰리즘 정당의 출현배경이 된 것이다.
프랑스의 준대통령제(semi-presidential system)는 제왕적대통령제로 인식되어진다. 이는 프랑스 혁명 이후 공화제와 대통령제가 번갈아 운용되면서 프랑스 내에 독재 대통령에 대한 경계심이나 우려 때문에 대통령에만 권한을 집중하는 대통령제를 피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다양한 정당이나 그룹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기보다 거대 양당제도에 기반을 둔 내각의 안정성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5공화국의 이원집정부제는 상황에 따라 대통령이나 총리 중 한쪽의 권한을 편중적으로 강화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모리스 뒤베르제가 프랑스 제5공화국을 정치적 상황에 따라 대통령제와 내각제가 순화되어 나타나는 제도로 간주했던 것은 준대통령제의 이러한 특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사르코지 정부 당시에는 대통령의 권한 집중으로 위의 결점들에 대한 비판을 정당 내외적으로 분산시키는 데 실패했다. 또한 정책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함으로써 집권 초기 FN 지지자들의 일부를 포섭할 수는 있었지만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되어버린 그의 선거공약으로 초기 지지층을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르코지에 대한 권력 집중의 폐해를 비판하며 올랑드는 대통령의 권한을 일상적인(normal) 것으로 재전환하려했다. 하지만 이는 무능이라 비판받았고 지지도는 곤두박질쳤다.
결국 양대정당의 정책실행의 무차별성이 고립주의 포퓰리스트 정당의 부상을 낳게 된 셈이다.
프랑스 대선에서 결선투표제와 다수제는 중도성향의 거대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해왔다. 따라서 FN의 인기몰이에도 불구하고 2차 투표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게 주요 학자들의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 좌우를 초월한 중도성향의 정치운동인 “En Marche”의 엠마누엘 마크롱(Emmanuel Macron)과 대결할 경우 FN의 패배가 점쳐지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FN이 권력을 잡지 못하더라도 고립주의적 극우정당이 차기 정권에서 프랑스 정치체제 내에 주요 위협요인이 될 것은 자명하다. 또한 주류 정당들도 추후 선거에서 포퓰리즘적 아젠다를 수용해야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 부록 ]
Carnegie Europe
Gruyter Caroline. "A Dutch Election in a European Storm", Carnegie Europe, 23rd of February, 2017.
- 네덜란드 극우정당-자유당(PVV)의 등장배경과 집권가능성.
Korteweg Rem. "How the Dutch Fell Out of Love with the EU", Carnegie Europe. 2nd of March, 2017.
- 전통적으로 유럽통합을 지향해왔던 네덜란드가 최근 반유럽통합 움직임을 보이는 배경.
Kellner Peter. "Peak Populism, Perhaps", Carnegie Europe, 6th of March, 2017.
- 2016년 11월 8일 트럼프 당선 이후 포퓰리즘의 인기는 점차 쇠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
CEPS
Gros Daniel. "Can the EU survive in an age of populism?". Center for European Policy Studies". 9th of January, 2017.
- 포퓰리스트 정당의 영향력 강화와 유럽통합의 후퇴 가능성 전망.
GMF
Quencez M. and Martin Michelot. "The rise of the front national: Taking stock of ten years of french mainstream politics", The German Marshall Fund of the United States. 2017 no.1.
- 프랑스 극우정당 FN의 부상과 그 배경
ECFR
Rapnouil Manuel Lafont. "French elections: The demolition game heats up". European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3rd of February, 2017.
-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양대 주류정당의 집권 가능성 약화에 관한 분석
Janning Josef. "Schulz, Merkel, and Gabriel: The ebb and flow of electoral politics". European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26th of January, 2017.
-메르켈과 슐츠 간 선거 결과가 유럽통합에 관한 독일의 향방을 결정짓는 리트머스가 될 것.
Pardijs Dina, "A Potted history of EU Referendums", European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27th of February, 2017.
- 유럽통합 이슈에 관한 주요 회원국 선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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