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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도시화의 현장을 둘러보는 ‘르포-세계의 도시’를 연재합니다. 현재 전 세계 도시화율(도시에 살고 있는 총 인구비율)은 54%. 그러나 기존의 도시들은 서구의 ‘메가시티’ 식 일변도로 개발되어 오늘날 삶의 질이란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습니다. 또 중국과 인도 등 현재 급속한 도시화가 이뤄지고 있는 곳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라는 목표로 도시를 세워나가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인도와 중국, 덴마크, 영국 등 각기 다른 상황에 놓여 있는 도시들의 현재를 돌아보고 향후 도시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연구원들의 현지 취재를 통해서 점검해봅니다.
2014년 7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난개발로 인한 각종 도시 문제 해결과 삶의 질을 향상을 목표로 ‘100대 스마트시티’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도시 개발 경험이 부족한 인도 정부는 경험이 풍부한 해외 기업과 글로벌 기구에 적극적으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대한 자문의 구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위원회(Smart Cities Council)는 인도 정부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의 자문 역할을 하는 국제적 기구 중 하나다. 미국, 인도, 호주, 유럽, 중앙아시아에 지부를 둔 스마트시티 위원회는 인도 정부 외에도 스마트시티 사업에 참여하는 10,000여 개의 기업과 정부에 관련 지식과 경험을 공유한다. 여시재는 인도 스마트시티 위원회(Smart Cities Council India) 설립자이자 디렉터인 Pratap Padode씨를 만나 인도의 도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스마트시티의 세가지 목표
인도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단순히 스마트한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각 도시별로 현 상태에서 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솔루션을 찾아서 만들어나가는 것이 목표다. 도시들의 발전상황이 제각각이고, 대부분의 도시들이 생활을 위한 기초적인 인프라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Pratap Padode씨는 “인도 정부가 스마트시티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스마트시티 위원회는 정부와 공동 주최로 워크숍이나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방식으로 인도 정부에게 지속가능한 스마트시티 컨셉, 기술, 재정 등 종합적인 스마트시티 솔루션을 제안한다. 인도 스마트시티 위원회가 지난해 10월에 발행한 인도의 준비 가이드(India Readiness Guide)도 인도 정부와 지방 자치 단체에 인도의 스마트시티 실행 계획 수립을 위한 활동의 일환이다. 400 쪽에 달하는 이 가이드는 80개 이상의 사례 연구를 통해 사람과 기술, 도시 변화에 대한 스마트시티 위원회의 비전을 제시했다.
스마트시티 위원회가 제안하는 스마트시티는 ‘살기 좋고(Livability)’, ‘일하기 좋고(Workability)’, ‘지속가능한(Sustainability)’ 도시다. Padode 디렉터는 이 세 가지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먼저 병원, 쇼핑몰, 학교 등 기본적인 사회보장시설이 구축되어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Livablilty). 또 직장이 주거시설과 가까워야 한다(Workability). 출퇴근에 지나친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도시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환경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지속가능(Sustainability)해야 한다. 어떤 도시 인프라를 구축할 때 시민들의 이용 패턴이나 에너지 효율 등을 충분히 고려해서 도시 운영 효율을 높여야 한다. ”
환경·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
Padode 디렉터는 특히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환경적 측면에서의 지속가능성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측면에서의 지속가능성도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사회적’ 지속 가능성이란 “시민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도시 인프라를 이용하면서 적정 수준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시 운영 효율을 높이는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뭄바이에 가장 시급한 교통 문제를 예로 생각해보자. “지금 뭄바이는 대중교통 체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데다, 도시 외곽에서 뭄바이 시내로 들어오는 동선도 길고 교통 체증 마저 심하다. 시민들의 이동성이 전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도로를 만들고, 다리를 놓고, 버스 노선을 정하는 데에는 시민들이 그 인프라를 어떻게, 어떤 비용으로 이용할 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즉 “운영비를 절감하고 시민들이 부담해야하는 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 도시를 개발하는 정부의 숙제”라고 강조했다.
도시 문제 솔루션을 실험하는 테스트베드, 스마트시티
따라서 인도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기존 도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실험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도시’라는 특정 구역에서 실험된 다양한 해결책들을 더 많은 도시에 적용시켜 확산시키는 것이 인도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Padode씨의 견해다. 현재 인도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이제 막 기초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지금 인도는 이미 도시화가 진행된 브라운 필드(Brown Field)의 낙후된 인프라를 개선하는 프로젝트와 전혀 도시화가 진행되지 않은 그린 필드(Green Field)에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구분하여 진행하고 있다. Padode씨는 “지금 단계에서는 브라운 필드와 그린 필드 모두 기초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브라운 필드가 자리 잡는 데에만 5년에서 길면 7년까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적인 도시 모델을 확산시키려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혁명을 통한 도시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
이처럼 인도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아직 기초적인 도시 인프라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단계이긴 하지만 여기서도 디지털 기술이 바꿔나갈 도시의 모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향후 10년 이내에 도시에 대한 패러다임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세계가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물이나 전기처럼 도시의 기본 인프라가 되면 도시 운영 효율이 극대화될 것이다.” 그는 디지털(인터넷)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낮은 세금으로도 도시를 운영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본다.
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례를 통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미래 도시에서 어떤 것들이 가능하고, 우리 생활은 어떻게 달라질지 추측해볼 수 있다”며 바르셀로나를 디지털을 활용해 도시 운영 효율을 높인 사례로 들었다. 바르셀로나는 주차, 대중교통, 가로등, 쓰레기처리 등 시민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지속가능한 친환경 도시를 만드는 데 ICT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물론 지금 인도의 입장에서 바르셀로나는 아직 멀리 있는 목표다. 하지만 Padode씨는 바르셀로나도 스마트시티의 최종 목표는 아니라고 말한다. “스마트 시티의 핵심은 ‘경제력’도 ‘디지털’도 아닌, 시민의 ‘행복’과 도시에 대한 ‘자부심’이다. 도시 인프라를 기반으로 시민들이 도시에 자부심을 느끼며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미래 도시’, ‘스마트시티’의 비전이다.” 그는 “비록 지금 인도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아주 초보적인 단계에 있지만,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과 이를 이끌어갈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시’는 현재 인도 정부의 화두다. 이전 정부가 농촌 복지 정책에 집중했던 것과 상반된다. 모디 총리는 기존 대도시 문제 해결과 도시 위주의 경제 성장이 절묘하게 맞물려 인도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통해 인도에서 환경·사회·경제적 측면 모두 지속가능한 미래 도시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 모디 총리가 그리는 ‘스마트시티’의 비전과 그의 리더십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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