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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는 매일경제신문과 공동으로 차세대 디지털혁명 시대 도시의 경제적 미래와 이것의 기반이 될 新문명의 가능성을 조망한 <신문명 도시가 미래다>시리즈를 기획, 6회에 걸쳐 연재한다.
<신문명 도시가 미래다> 시리즈 순서 |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 창업자인 김선상 씨(35·가명)는 몇 번이고 포기할 생각을 했다. 투자받은 자금줄은 말랐고 정부사업 일거리를 따올 기회도 보이지 않았다. 사무실 임대료는커녕 핵심 인력 급여를 못 준 지 벌써 3개월째였다. 그런 김씨가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마련한 한 창업 공간에 입주하면서부터였다.
비슷한 처지에 있던 스타트업들과 이야기하면서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넘는 방법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한 은행의 모바일 서비스에 김씨의 솔루션을 접목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주변에서 해줬다. 하반기 정부기관 일거리 발주 정보도 입소문으로 들었다.
도시는 이처럼 집적과 융합의 공간이다. 한국의 4차 산업혁명 돌파구가 ‘도시’여야 하는 이유다.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 중국의 내륙도시 육성정책인 ‘중부굴기(中部掘起)’ 등은 모두 ‘도시에는 새로운 것이 있다’는 믿음에 기초한다.
전 세계적으로 9만명이 사용하고 있는 오피스 공유회사인 ‘위워크(WeWork)’는 도시의 집적·융합효과를 입증하는 사례다. 멤버십 비용을 내면 전 세계 어디서든 오피스를 활용할 수 있는 공간 서비스 제공기업인 위워크의 최대 강점은 ‘커뮤니티’다. 사무 공간보다 함께 토론하는 라운지를 중심으로 하는 업무 공간이기 때문에 서로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 교환이 자유롭다. 오피스 사이 벽을 모두 통유리로 만들어 ‘옆집’과의 소통도 편리하게 설계했다. 이 때문에 창업을 하는 스타트업들이 대거 위워크에 자리를 잡는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1970년대 중반 파산 위기에 빠졌던 뉴욕이 되살아날 수 있었던 원인도 바로 이런 집적효과 때문이었다고 분석한다. 제조업 전초기지이자 물류 중심도시였던 뉴욕은 항공기술 발달과 제조업 비용 감소로 위기에 빠지기 시작했다. 결국 제럴드 포드 당시 미국 대통령은 뉴욕에 대한 구제금융을 거부했다. 뉴욕의 데일리&뉴스는 “포드가 뉴욕에: 나가 죽어라(Drop Dead!)”라는 제목의 1면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뉴욕이 살아난 것은 과거 제조업과 물류산업 주변에 모여 있던 금융가들 역할 덕분이었다.
정크본드 투자자들이 등장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평가와 매매가 이뤄졌다. 글레이저 교수는 자신의 저서 ‘도시의 승리’에서 “뉴욕의 쇠퇴와 부흥은 도시의 진정한 가치가 글로벌 물류 중심지에서 인적자원의 집적성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유엔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국가 내에서 도시인구 비중이 10% 증가하면 그 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30% 향상된다.
이상호 한밭대 교수는 “정부는 지금 산업섹터별로 4차 산업혁명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이는 ‘융합’이라는 핵심동력을 망각한 것”이라며 “오히려 공간 중심의 융합·혁신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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