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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정치안보 상황이지만 역내 가치사슬은 견고해
개별 도시간 높아진 협력 수준은 희망 제시... 한국의 역할 주목
세계는 지정학적으로 대단히 위협적인 시기를 보내고 있다. 미중 관계의 상황은 나날이 악화되고 우크라이나의 참상은 장기간 진행 중이다. 중동 지역의 긴장감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고조되고 있다. 동북아 지역 역시 예외일 수 없다.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이 아시아경제공동체재단,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함께 지난 2년간 개발하여 처음 발표한 ‘동북아지역협력지수’는 경색된 정치안보 상황과 악화된 역내 무역과 투자, 에너지 협력 성적표를 객관적으로 드러냈다. 다만 최악의 경색 국면 속에서도 동북아 지역의 역동성을 찾을 수 있는 희망적인 부분과 함께 한국의 협력을 이끌 수 있는 역할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었다.
지수를 통해 주목해야 할 부분을 정리했다.
첫째, 여전히 견고한 역내 가치사슬이다. 미중 갈등 속에서도 역내 국가 간의 중간재 무역이 글로벌 중간재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 이상이다. 역내 무역집중도도 글로벌 무역집중도의 2배가 넘으며 부가가치공헌도(역내 국가 간 무역 부가가치가 전체 무역 파트너와의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가 60%를 넘는다. 중간재 무역은 코로나 팬데믹의 충격을 넘기고 반전에 성공했고 무역집중도는 2011년 이후 2022년까지 상승세와 안정세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가장 놀라운 점은 부가가치공헌도가 미중 경제 갈등이 본격화된 2018년 이후 오히려 반전하여 완만하지만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하는 동북아의 가치사슬과 공급망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지수다.
둘째, 가치사슬과는 달리 미중 간의 디커플링 추세를 반영하는 직접투자 추세도 흥미롭다. 역내 직접투자와 아웃바운드 투자 모두 한중일 간은 줄어들지만, 여기에 미국과 러시아가 포함될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특히 상호 아웃바운드 투자에서 한중일은 현격히 감소세이지만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하면 현격한 증가세다. 투자에서는 한미일과 중러 간 디커플링이 일어나고 있다. 이 흐름이 향후 동북아의 아직까지는 견고한 가치사슬 협력 체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두고 볼 일이다.
셋째, 지자체 간 협력이다. 2차대전 이후 유럽의 협력을 도시 간 협력이 추동한 것처럼 현재 동북아 국가 간 도시 협력이 놀라운 수준이다. 2023년 조사된 최신자료에 의하면, 6개국(북한을 제외할 경우 5개국) 사이에 존재하는 자매도시 전체 건수는 총 2,508개로 평균하면 2개국 간에 251개의 자매도시가 형성되어 있는 셈이다. 특히 한국의 주요 도시들이 조사 대상 국가들의 도시들과 매우 활발한 자매결연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점수의 개선으로 직결되었다. 동북아의 향후 협력에서 도시를 중심으로 한국의 역할이 주목되는 지점이다.
넷째, 다자간 정부 협력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동아시아 역내 국가들 사이에서의 양자간 정부 채널은 아직 살아 있다는 점이다. 역내 약 12개 정부 간 양자 채널이 작동하고 있다. 북한과 한미일간 대화의 단절이 위험 요소로 남아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유사시에 불필요한 오해로 인해 전면전으로 비화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가드레일이 살아있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 향후 양자간 대화에서 나아가 최근 활성화 추세를 보이는 소다자간 협력과의 다양한 결합을 통해 동북아의 협력 수준을 올릴 수 있는 실마리를 보여주고 있다.
이 밖에도 이 지수에서 작게 보이지만 의미 있는 추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 국가 간 비호감도가 올라가는 와중에도 중국의 5대 호감 대상 국가에 미국 대신에 한국과 일본이 포함되었고 최근 한일 관계를 반영하듯 일본의 호감도 5대 국가에 한국이 미국에 이어 포함되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또한 일본이 동북아 국가 중에서 동북아 역내로부터 유입되는 유학생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도 흥미로운 발견이다.
<태재 동북아협력지수 개발 배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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