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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아테네 민주주의 포럼: 공자-아리스토텔레스 대담

태재미래전략연구원

2023.07.20

2022년 9월 28일에서 30일까지 사흘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아테네 민주주의 포럼이 개최되었다. 아테네 민주주의 포럼은 매년 뉴욕타임스의 비영리 재단인 민주주의와 문화 재단의 주최로 열리며, 전세계의 석학들과 정치, 사회 지도자들이 민주주의 국가들이 당면한 다양한 문제에 관해 토론하고 해결법을 제시하는 국제적 대화의 장이다.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은 2022년 포럼에서 두 개의 토론 행사를 공동 주최했는데, 그중 하나가 ‘공자-아리스토텔레스 대담’이다.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들은 경제 침체, 에너지 위기, 포퓰리즘, 허위 정보 확산 등 다방면에서 심각한 제도적, 구조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대담을 통해 동서양을 대표하는 고대 철학자인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에서 민주주의를 재조명하고 위기 타파의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 토론자로는 반기문 제8대 UN 사무총장과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학교 지속가능개발센터 소장이 참여했으며, 로저 코엔 뉴욕타임스 파리 지부장이 사회를 맡았다.

반기문 총장은 포퓰리즘과 권위주의의 발흥으로 인해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주의는 타인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에서 출발하며, 훌륭한 지도자는 청렴함과 국제 시민 의식을 겸비해야 한다고 보았다. 공존의 철학은 동서양에 공통으로 존재하며, 이는 곧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한 공동체에 대한 헌신 및 절제와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제프리 삭스 교수는 선한 사회의 핵심은 지도자와 시민의 도덕이며, 힘의 정치가 아닌 인간의 복지를 우선하는 윤리적 정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전쟁과 지정학적 안보 위기는 균형의 상실 때문이며, 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중용과 균형을 지키지 못한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의 확장 정책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렇기에 국제 사회의 공존을 위해서는 강대국, 즉 미-중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투명한 경쟁과 협력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토론자의 대담 내용을 질의응답 형태로 아래에 덧붙인다.


Q. 최근 우리 사회는 진실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같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어느 때보다 극심하고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환멸이 팽배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며,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제프리 삭스: 소크라테스는 평생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으나 그 답을 찾지 못했다. 그의 철학적 계보를 잇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결정적인 답을 내놓지 못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오늘날 살아있었다면 그는 아마도 공자에게 전화를 걸어 아테네 포럼에서 만나 공통의 가치에 대해 토론하자고 했을 것이다. 이 두 철학자의 이론은 “좋은 사회”의 본질을 “덕”에 둔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 덕은 지도자의 덕, 시민의 덕이며, 이것이 곧 아리스토텔레스와 공자 정치 사상의 핵심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정치는 덕이나 복지가 아닌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본 의미가 잊혀졌다. 따라서 우리는 권력의 연구가 아닌 덕에 기반한 인간 복지의 증진을 위한 진정한 지침으로서 아리스토텔레스와 공자의 사상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덕이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현재 우리 사회에는 공자가 말하는 “예의”라는 개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우리는 종종 원하는 대로, 각자의 믿음을 우선하여 행동한다.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전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도 본인의 소신에 따른 행동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의 믿음만 중요시하고 다른 관점을 살피지 못하는 이러한 행동은 공자가 강조하는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공자는 예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고 전쟁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예의는 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로서 우리의 행동과 태도 및 의사 결정의 틀을 형성하는 중추적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예의를 실천하는 것이 어떤 상황에서든 매우 중요하다.

Q. 누구나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피력할 있게 되면서 사회적 잡음이 상당해졌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예의가 무엇인지 잊은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서로를 존중하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인가?

반기문: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의 원인은 리더십 부재에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로 선출된 지도자나 왕의 지도력 부족으로 인해 많은 국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들의 리더십에서 빠져있는 요소는 바로 국제적 안목과 세계 시민 의식이다.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진정으로 세계 시민 의식을 가진 지도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의식과 자질을 갖춘 후세대를 키우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세계 시민 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적 갈등, 빈곤, 인권 침해와 같은 문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공자는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가? 공자는 지도자의 자질을 중요시했다. 그는 먼저 자기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한 후 가정을 가지런하게 하고 국가와 천하를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가정에서 청렴한 행동을 보이면 국가를 청렴하게 이끌 수 있고, 국가를 평화롭게 다스리면 세상을 평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Q. 아리스토텔레스는 균형과 중용이 삶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가 균형 감각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가?

제프리 삭스: 현 지정학적 위기는 균형과 절제의 부족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지혜와 절제, 그리스어로 “스토아”, 즉 균형을 유지하는 정의감이 있었다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토 동진에 대해 그간 쌓여온 러시아의 불만도 간과할 수 없다.
인간에게는 이기적인 면과 도덕적인 면이 있으며, 우리의 목표는 덕을 향상하는 데 있다. 공자 역시 사람이 덕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덕은 결코 완성된 것이 아니며, 덕을 향상하는 노력은 모든 세대의 책임이다.

Q. 공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라고 보는가?

반기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불법적인 침략으로 시작된 것이다. 어떠한 명분으로도 일방적인 무력 침공은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 21세기에 여전히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큰 우려를 자아낸다. 다자주의의 약화로 인해 국제사회가 효과적으로 갈등을 해결하거나 예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으며,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필요 이상의 고통을 겪고 있다. 따라서 안보리의 개혁을 요구하는 국제 사회의 강력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논의는 지금까지 종종 있었으나 대다수 회원국들의 반대로 무산되어 왔다.
지난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강대국 및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기본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을 위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Q. 만약 공자가 시진핑 주석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다면, 대만 침공에 대해 어떤 조언을 것이라고 보는가?

반기문: 공자와 동시대에 활약했던 학자인 노자의 가르침을 나눌 것이다. 노자는 “도덕경”을 통해 하늘의 길, 즉 모든 만물에 유익한 길과 현자의 길, 즉 경쟁하지 않고 사람을 섬기는 길에 대해 가르쳤다. 그의 가르침은 타인과 의견 차가 있을 때 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후 변화와 같은 중요한 국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강국들이 협력해야 한다. 서로 이념과 정치 체제에 차이가 있더라도,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거의 불가능하다. 일부 학자들은 “세 개의 C,” 다시 말해 협력(Cooperation), 경쟁(Competition), 갈등(Conflict)을 바탕으로 미-중 관계를 설명한다. 이 세 가지가 상호 작용하며 상황을 바꾸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설사 갈등으로 시작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경쟁이나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다.

Q. 동서양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제프리 삭스: 아리스토텔레스의 덕목과 공자의 덕목의 핵심이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이 희망적이다. 동서양은 함께 협력할 수 있고, 함께 일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갈등이 지속되어야 할 본질적인 이유는 전혀 없다. 문제의 근원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예민한 반응이다. 미국은 중국을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그래서는 안 된다. 인구 증가로 인해 덩치가 커진 중국을 반드시 싸워야 할 상대로 생각하는 것은 무리이다. 왜냐하면 미국과 중국은 서로 협력의 여지가 충분하고, 또 협력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Q. 미국의 민주주의와 중국의 감시 국가 사이에 차이가 없다고 보는가?

제프리 삭스: 타 국가의 사회, 정치 체계를 단순한 기준을 바탕으로 성급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중국에 관해 강조하고 싶은 한 가지는, 1980년 중국 인구의 80%가 극빈층이었으나 40년 후인 현재 극빈층이 사라진 것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경제 발전 사례 중 하나이다. 한국, 일본, 그 외 이웃 국가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 결과, 기대 수명이 크게 증가하고 교육 수준도 상승했으며 전반적으로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었다. 이러한 중국의 성과에 대해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뻐하고 축하해야 한다. 또한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서로 대화조차 하지 않고 손가락질만 하고 있다. 고대 철학자들의 지혜는 대화에서 시작하며, 우리도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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