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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재미래전략연구원은 인류 공영과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세계 변화를 주도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연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지속불가능성이 공존하는 문명사적 대전환의 시대, 지금의 모순을 극복하고 디지털 사회 혁신에 발맞출 수 있는 새로운 가치의 필요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고, 동양과 서양이 융합하는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창조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이에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은 < 다음 단계 시대 가치 창조를 위한 기초 연구 >를 진행했다. 연구에는 정용화 전 연세대학교 연구교수 · 대통령연설기록비서관이 참여했다.
< 초 록 >
인공지능의 도전과 기후 재앙의 경고 와중에 우리 삶을 떠받치고 있는 자유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체제와 가치들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단계 시대가치는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문명사적으로 검토해 보았다. 다음 단계 시대가치는 개인과 공동체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와 모순을 극복하면서 미래가 나아갈 방향을 처방하는 것이기에 현대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 연구 결과 현대 문명의 핵심적인 문제는 인공지능의 도전과 같은 기술적인 문제나 기후변화, 정치경제 체제 위기와 같은 외부적 요인들이 아니라 현대인의 사고와 가치, 태도 등 인간 내부의 문제임을 확인하였다. 현대 문명 모순의 근본 원인은 인간성을 협애하게 규정하여, 감정을 억압한 이성주의에 있음을 밝혔다. 이성주의는 손익계산을 기준으로 한 합리주의와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인간형(호모에코노미쿠스)을 앞세워 공동체를 개인주의로 분할하고, 전쟁을 합리화하고, 자연생태계를 상품화하는 착출 경제를 자본 활동으로 정당화하였다. 이성주의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환경의 공통분모이자 연결고리인 감성과 영성을 소외시켜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이기적이고, 현세적이고, 물질적으로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발전은 인류 행복에 기여하기보다 분열, 불평등, 갈등을 더 심화시킬 것이다.
대안은 이성 중심의 합리성(Rationality)을 넘어 감정을 포괄하는 합정리성(合情理性, Reasonableness)을 제안하였다. 감정은 머리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으로 느끼는 직관으로 좋음을 추구한다. 나만의 이익을 추구하면 오래갈 수 없고 불안하기 때문에 ‘다 좋음’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감정을 복원하면 이웃이 보이고, 자연이 보이고, 나아가 온 우주와 한 몸으로 느껴지는 영성으로 이어진다. 나는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 모든 것과 상호의존하는 관계적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 참된 지성이다. 감정은 밖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이해를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배우고, 남의 욕망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깃든 고유한 욕망을 추구하게 한다. 그래서 인간다움은 곧 자기다움, 자기발견이고, 자기혁명을 통해 온 우주와 하나 되는 신성에 도달할 수 있다. 몸에 기반한 느낌, 감정, 감수성은 기계와 다른 인간다움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을 올바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운영 체계보다 자기 운영 체계를 더 잘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중심을 잃고 기술 적응에 급급하다 마침내 인공지능에 이용당하게 될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달라질 수 없는 사람의 값이 기초가 되어야지, 사람값이 무너지면 과학도, 사회도, 국가도, 세계도, 나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인류 진보는 기술 진보에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 각자가 지성 · 감성 · 영성이 조화로운 ‘완전한 인간’으로 성숙하고, 공동체가 서로 사랑하고 평화로운 ‘정다운 사회’를 이루어가는 데 있다. 정다운 사회는 자기 사랑으로부터 이웃사랑으로 확대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치되, 자기 좋음을 강요하는 ‘사랑의 갑질’을 하지 않고 개성을 존중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과 갈등의 쟁점을 ‘조건인과적’으로 보고 더 좋은 조건인과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풀어가는 화쟁(和諍), 그리고 권리와 의무의 계약관계나 이성적 계산에서 나오는 ‘합리’와 ‘정의’를 넘어 더 큰 화합을 추구하는 화리(和理)의 모습이다. 이를 위해 정치는 개인의 영혼을 돌보는 동시에 이를 가능케 하는 사회 전체의 구조를 생성하고 관리하는 ‘영혼을 돌보는 정치’가 되기를 소망한다. ‘영혼을 돌보는 정치’는 플라톤과 공자의 오래된 이상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이에 근접하는 정치의 사례들을, 국민총생산(GNP) 대신 국민행복지수(GNH)를 채택하거나, 북유럽 국가들의 정책과 그들의 삶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인류의 진화는 생물학적, 기술적 능력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능력, 즉 허구적 실체(가치)를 상상하고 사회적으로 구성하는 능력에 있었음을 상기하면, 다음 단계로의 성숙 역시 새로운 가치를 상상하고 집단적으로 공유하는 데 달려있다. 다음 단계 시대가치로서 관계적 존재론에 근거한 지성 · 감성 · 영성이 조화로운 인간, 정다운 공동체, 화쟁, 화리, 영혼을 돌보는 정치도 우리가 공동으로 믿고 실행하면 실재가 될 수 있다. 동서사상을 회통하는 지혜이자 우리 전통 속에 온축되어 온 이러한 가치와 논리를 오늘에 되살린다면 인류를 선도하는 선진국(先進國)이자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弘益人間) 선진국(善進國)이 될 것이다.
※ 이 연구보고서는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의 「다음 단계 미래 가치」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된 연구과제 중 하나입니다. 이 연구보고서에 수록된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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