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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미디어가 지켜야 할 신뢰와 책임

이규환 연구원 (태재미래전략연구원)

2023.05.09

생성형 이미지 AI 미드저니(Midjourney)로 만든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경찰에 체포되는 가짜 이미지
(출처: 엘리엇 히긴스 트위터)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미디어는 급격한 환경 변화를 겪어 왔다. 레거시 미디어들은 다양한 뉴미디어의 부상과 함께 독자적 영역이 모호해지며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콘텐츠의 유통과 소비 방식이 개인화되고 파편화되며 미디어의 사회적 공론장으로서의 기능도 저해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등장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는 미디어 업계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쉽게 생산한 가짜뉴스의 범람, 개인화된 정보 제공을 통한 뉴스 소비의 편향성 확대 등으로 공론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29일 태재미래전략연구원에서는 < AI 시대 미디어의 역할: 현실적 관점과 미래적 전망 >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구본권 한겨레신문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과 이희대 경희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의 발제로 AI 기술이 현재의 미디어에 미치는 영향과 앞으로의 변화를 어떻게 주도해 나갈 것인지를 살펴봤다. 더불어 인공지능 시대에 맞춰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기자들이 AI와 차별점을 두기 위해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구본권 소장은 AI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문해력을 키우고 미디어 활용 능력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레거시 언론에 대해서는 AI가 생성한 뉴스의 팩트를 검증하여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대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 한국이 미디어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국가 상황을 고려한 한국형 미디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레거시 미디어를 잘 이해하는 동시에 뉴미디어의 생태계 변화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콘텐츠의 손쉬운 생산으로 경쟁 고조
놓치고 있던 이용자 맥락 분석도 가능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챗GPT 의 출현은 미디어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콘텐츠의 생산과 제작이 쉬워지면서 미디어 산업은 저비용 고효율 시스템의 기반을 갖추게 됐다. 이 같은 변화는 미디어의 경쟁을 고조시켜 더 빨리 더 많이 생산해야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콘텐츠의 소비와 유통에서도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AI가 이용자 개개인의 막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게 되면서 개인 맞춤형 콘텐츠가 일반화되는 추세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놓치고 있던 이용자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콘텐츠 소비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탈진실 현상의 심화 우려
가짜 판별해내는 능력 키워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미디어 산업이 겪는 대표적인 문제점은 탈진실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탈진실 사회의 가속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구본권 소장은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의 신념과 감정적 호소가 여론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탈진실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언론이 빅테크 기업의 수익성 알고리즘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이용자들이 페이지에 더 많이 방문하고 더 오래 머무르게 하는데 집중하고 있고 이용자들은 자극적인 정보를 찾으면서 공적인 문제는 관심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 소장은 AI 능력이 향상되면서 인간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대화를 구사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이에 따라 가짜와 진짜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지며 인공지능을 판별해내는 역튜링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항한
데이터 주권 문제 해결해야

거대 미디어 플랫폼의 독점 현상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챗GPT가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발전한데는 거대 미디어 플랫폼의 자본력과 이에 기반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확보해 클라우드에 저장할 수 있었던 역량이 자리잡고 있다. 이희대 교수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생성형 AI 챗봇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얻게 되고, 더 똑똑해지면서 독점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거대 플랫폼 기업의 불투명한 데이터 운영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한국 이용자 행태에 대한 막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항해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문제도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AI 시대 언론의 팩트체크 역할 중요해져
이용자의 사실 검증 역량 제고 필요해

AI 기술의 발달로 인해 훨씬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기사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2015년도 언론진흥재단 조사에 결과 AI가 작성한 기사에 대한 반응을 조사해 보면 사람이 쓴 기사보다 더 명확하고 전문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용자들은 AI기자를 인간기자보다 더 신뢰한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저널리즘의 수명은 다 한 것일까?

구본권 소장은 “인공지능이 작성한 기사나 뉴스는 팩트 체크가 되지 않은 뉴스들이 많다. 이 부분을 언론과 기자의 이름으로 팩트를 체크해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언론의 핵심 과제” 라고 말했다. 또한 언론은 단순 인용 보도보다는 사실에 대한 주관적 해석을 해고 인간 사회 영역에서 누군가 감추고자 하는 것들을 인터뷰를 통해서 이끌어내 이용자들에게 알 권리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언론이 나아가야 할 중점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땅에 떨어진 언론의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구 소장은 “19세기 언론 보도 지침으로 육하원칙을 만들고 객관성을 확보했듯, 이제는 새로운 지침과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며 “혼란과 엔트로피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므로 기술을 얼만큼 사용했는지 투명하게 밝히고 검증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1인 미디어가 횡행하는 파편화된 환경 속에서 시민 스스로가 사실을 검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일은 필수적이다. 구 소장은 “‘새로운 시민성’에 대한 논의와 교육이 절실한데 현재 부재한 상황이다. 시민 교육을 통해 상향식으로 사회와 규범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AI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강화만이 현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사회에 맞는 새로운 시민성이 어떻게 요구되는지에 대한 점을 국가 차원에서 모색해야 하고 그에 맞는 각종 사회적 시스템, 윤리적 문제, 민주적 제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플랫폼 생태계 이해도 높은 인재양성
한국형 미디어 전략으로 시장 선도해야

이희대 교수는 언론의 제어장치나 자정 노력으로 기대할 수 있는 신뢰 확보 성과에 대해서는 비관적이지만 이용자 스스로가 품질 좋은 컨텐츠에 대한 니즈가 있기 때문에 시장 스스로가 자정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OTT 거대 기업들이 다수 있지만 이용자들은 맘에 드는 콘텐츠를 선정하여 구매한다. 이것 자체가 자정 작용이다”라며 “가격 경쟁을 통한 시장의 자정 작용이 제도 개선보단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한국이 AI시대 미디어 분야를 선도할 수 있도록 한국적 상황에 맞는 ‘한국형 미디어 전략’을 세우고 미래의 플랫폼 생태계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고 기획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카드뉴스] AI 시대, 미디어가 지켜야 할 신뢰와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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