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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여시재는 지금] 대학, 싱크탱크, 미디어, 군대 개편에 이 사회 미래 달렸다. < 선진사회 8대 요소 강연회 연쇄 개최 >

2018.09.15

대한민국이 ‘통일 한반도시대’를 열고 최정상 사회로 나아가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바램일 것이다. 여시재가 ‘선진사회 8대 요소’(대학/싱크탱크/미디어/군대/지방자치단체/정당/정부관료/기업)라는 연구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유이기도 하다. 8대 요소는 국가의 근간을 구성하는 핵심 분야다. 따라서 이들 핵심 분야의 역량 수준을 세계 최정상과 견주어서 손색이 없도록 발전시키는 것은 ‘선진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제다. 여시재는 8대 요소 가운데 우선 대학/싱크탱크/미디어/군대 분야 전문가의 강연회를 진행했다. 이 글은 강연내용을 토대로 작성됐다. 아직 초기 단계여서 미흡한 부분이 있으나 추후 보완할 예정이다.

대학1)
문제해결형 융합교육으로 신속히 이동해야

대학 교육은 시대마다 달랐다. 산업사회 시대에는 표준화 객관화된 지식을 효율적으로 대량 전달하기 위해 암기와 강의 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졌고, 지식정보시대에는 인터넷과 컴퓨터를 활용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편집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역점을 두었다.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용어가 마치 상식이 되어 가고 있는 시대에 대학의 역할은 무엇이며, 대학 교육의 혁신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화두는 융복합이다. 따라서 융복합을 제대로 구현해내기 위한 창의적 상상력을 갖춘 인재의 육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대한민국 대학은 문제해결형 융합교육에 기반한 혁신의 플랫폼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된다.

대학들도 변화를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그러나 그 속도와 폭은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교수 기득권, 대학/학과별 칸막이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디지털 사회에 걸맞는 융합 인재 육성이 불가능하다. 혁신 플랫폼은 생각도 할 수 없다. 우리 대학의 커리큘럼과 강의내용, 산학연계는 여전히 산업사회 시대 적응형이다. 물론 변화가 시작되고 있지만 외부의 강한 추동력이 필요하다.

싱크탱크2)
정부 기업으로부터 독립된 싱크탱크 육성 없인 도약 없다

거의 모든 나라는 성공적 국가 경영을 위해 정책을 공급하는 싱크탱크를 육성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정부출연기관을 중심으로 싱크탱크의 초기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책연구자들이 대학 및 부설 연구소, 컨설팅회사, 시민사회단체, 기업부설연구소, 이익단체 등에 고루 분포하고 이들 조직들이 민원이나 압력을 넘어 정책 생산자로 작동하면서 민간 싱크탱크의 비중이 커지는 방향으로 정책생태계가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적 독립성과 운영상의 자율성을 갖춤으로써 정책의제의 설정이 자유로운 독립자립형(독자형) 싱크탱크는 여전히 설 자리를 찾기 어렵다.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독립된 독자형 싱크탱크 발전은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필수 요소 가운데 하나다.

현재 국내 독자형 싱크탱크는 극소수를 제외하면 정부산하연구소, 대학부설연구소, 기업부설연구소 등에 비해 경쟁열위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형 싱크탱크가 갖는 장점은 확장성을 높이는 데 별다른 걸림돌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싱크탱크(Think Tank)에서 싱크넷(Think Network)으로 전환하는 것, 즉 수많은 정책생산자들 중에서도 경쟁열위에 놓인 One of them이 아니라 Network을 통해 정책생산플랫폼으로 변신할 필요가 있다. 또 내용면에서 독자형 싱크탱크는 가까운 미래에 바람직한 정책 도입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창도(Policy Advocacy) 활동을 상시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당장 사용할 정책을 생산하는 역할은 정부출연연구소나 정부의 연구용역을 수탁한 정책생산자들에게 이미 특화되어 있다. 독자형 싱크탱크는 다양한 정책 대안을 꾸준히 탐색하고 개발하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디어3)
동북아 뉴스 1차 발신 미디어 키워야

뉴스 미디어는 민주사회의 구현과 문화적 소양 및 사회 경제 수준의 향상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사회적 인프라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세계적인 뉴스 미디어를 보유하고 있으며, 제4차 산업혁명과 같은 새로운 흐름에 대비하기 위해 기술과 콘텐츠의 융복합 등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의 뉴스 미디어를 평할 때 늘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있다. 한국의 뉴스 콘텐츠는 미디어기업 규모가 영세해서 또 뉴스 콘텐츠 소비시장이 영어권이 아니어서 글로벌 뉴스 미디어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그것이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을 영어로 전세계에 생중계한 아리랑TV는 특수한 사례다. 남북정상회담 영어주관방송사였던 아리랑TV는 홈페이지,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트위치TV 등을 통해 회담 내용을 생중계했다. 생중계 시청자수 270만 건에 이어 VOD 영상 온라인 시청사수 904만 건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냉혹한 지도자로 알려졌던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무대 데뷔에 대해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한반도에서 생산된 뉴스 콘텐츠가 IT 기술에 기반한 뉴미디어를 통해 전세계인에 의해 소비되는 생생한 사례가 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대한민국 미디어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다양한 요소들이 상존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세계적 규모의 미디어와 견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자본의 규모, 진영논리에 빠져 사실 자체보다는 정치적 해석에 더 비중을 두는 언론의 보도행태, 받아쓰기에 익숙해져서 뉴스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에 인색한 관행 등 당장은 해결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 문제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기술을 활용한다면 콘텐츠의 생산부터 유통까지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획기적인 진화를 모색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그리고 아리랑TV 사례에서 본 것처럼 한반도 관련 뉴스 더 나아가 동북아 관련 뉴스의 1차 발신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의 미디어가 글로벌 미디어로 성장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군대4)
대북억지력 넘어 국가전략 대폭 확충해야

군대는 국가안보와 사회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최후의 보루다. 군대가 갖추어야 할 전략적 능력, 작전 수행 능력, 전술적 능력 등을 담보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지출하는 예산은 연간 43조원에 달한다. 미·중·러·일 등 군사강국에 둘러싸인데다가 남북간 군사적 대치가 여전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군대를 더 좋은 군대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답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질문이다.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도 교훈을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1917년 제정러시아로부터 독립한 핀란드는 전쟁 위기를 예감하고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 10년 동안 국가동원체제 혁신, 최신무기 획득, 신장비 개발, 창의적 전술 마련 등을 통해 장차전에 대비했다. 소련이 병력 45만 명과 전차, 항공기를 동원해 핀란드를 전면침략했던 ‘겨울전쟁’(1939년11월30일~1940년3월13일) 기간에 핀란드 군대는 세계 최초로 스키부대를 활용하고 저격수 전술을 개발하는 등 소련군에 끝까지 항전한 끝에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소련, 독일 등 주변 강대국이 핀란드에 함부로 간섭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총군사 역량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수오미 기관단총 등 신무기와 창의적 전술을 통해 얻어낸 값진 승리의 결과였다. 핀란드 군대의 사례는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군사안보환경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시사하는 울림이 있는 역사적 사례라 할 만하다.

대한민국 군대의 구조 개편을 논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쟁점 가운데 하나가 육군 중심의 군대를 해·공군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우리 군대가 육군 중심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휴전선을 방어하는 대북억지력 위주로 군대를 운용해야 했던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보의 시야를 남한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로 이동시켜야 하는 현재의 환경에서는 대북억지력를 중시하되 그것을 넘어 미·중·일·러 등 주변군사강국에 대한 전략적 억지력 확보로 이동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해·공군 중심으로의 군대 구조 개편 논의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복무기간 단축과 준사병 확충 같은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전략가 육성은 우리 군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 가운데 하나다. 동북아 지정학 지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정파를 뛰어넘너 우리 군의 미래를 설계해나갈 군사 전략가를 국가적 차원에서 키워야 한다.


1) ‘한반도와 동북아 미래를 대비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역량 및 평가기준에 대한 기초연구’, 포항공대 김승환 교수(2018년7월20일, 여시재 강연)
2) ‘싱크탱크를 다시 생각한다’, 서울대 박상욱 교수(2018년9월10일, 여시재 강연)
3) ‘뉴스 미디어 혁신’,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2018년7월30일, 여시재 강연)
4) ‘좋은 군대가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은?’, 국방대 노영구 교수(2018년9월6일, 여시재 강연)
* 이 글은 위 네 분의 강연내용에 기초해서 정리한 것임을 밝혀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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