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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굴기 和平崛起
요약
화평굴기(和平崛起)는 ‘평화롭게 우뚝 선다’는 뜻으로, 후진타오(胡錦濤) 집권 초기 중국의 대외전략으로 천명되었다. 2003년 당시 중앙당교 상무부장 정비젠(鄭必堅)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으며, 핵심 내용은 경제 세계화에 적극 참여, 자주독립적인 발전 방법 채택,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 등이다.
후진타오 집권 초기 중국의 대외전략, 평화롭게 우뚝 선다
2003년 11월 3일,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보아오아시아포럼(博鰲亞洲論壇, Bo’ao Forum)에서 ‘화평굴기’라는 개념이 처음 소개되었다. 이 개념은 산봉우리가 우뚝 솟듯이 흥기한다는 ‘굴기’라는 단어에 ‘평화’를 더한 것이다. ‘중국 화평굴기의 새로운 길과 아시아의 미래(中國和平崛起新道路和亞洲的未來)’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정비젠(鄭必堅)은 중국 굴기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은 경제세계화에 적극 참여할 것이고, 자주독립적인 발전 방법을 통해 부상할 것이며, 부상 이후에도 평화를 수호함은 물론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평화적 굴기를 위한 세 가지 전략을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첫째, 화평굴기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보증 형성을 위해 사회주의 시장경제와 민주정치를 기본 내용으로 하는 경제와 정치체제 개혁을 추진한다.
둘째, 화평굴기를 실현하는 정신적 지주를 형성하기 위해 인류문명의 성과를 대담히 흡수함과 동시에 중화문명을 더욱 드높인다
셋째, 화평굴기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도 농 발전, 지역 발전, 경제사회 발전, 인간과 자연의 화해와 발전, 그리고 국내 발전과 대외 개방의 관계 등 각종 이익관계를 주도면밀하게 고려한다.
중국위협론 등 서구의 부정적인 예측을 잠재우기 위해 평화를 내세우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연평균 GDP(국내총생산) 9.4% 증가라는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한 군사력 증대와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 확대는 세계적인 주목과 함께 우려를 낳았다.
중국의 급속한 부상과 관련해 1990년대부터 서구의 언론과 학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예측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중국위협론, 중국 경제거품론, 중국붕괴론 등. 중국 입장에서는 이런 부정적인 여론이 대중국 봉쇄나 억제정책으로 연계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화평굴기’의 이론화를 주도한 정비젠은 2002년 말 중앙당교 부교장 신분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이때 라이스(C. Rice)와 키신저(H. Kissinger) 등 주요 정부요인 또는 학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서구에 퍼져 있는 중국위협론을 감지했다. 귀국 후 정비젠은 중앙정책연구실 명의로 당 중앙에 ‘화평굴기’ 개념을 대외적으로 사용할 것을 건의했다. 이후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의 비준에 따라 ‘화평굴기 연구팀’을 조직해 이론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런 배경 하에 중국은 과거 서구의 비평화적인 부상과 차별화되는 ‘평화로운 부상’, 즉 화평굴기론을 제기하게 되었다.
“중국의 굴기는 평화적 굴기이지 도전과 위협이 아니다!”
이후 중국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화평굴기’를 언급하면서 국가적인 차원의 전략으로 격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대외경제무역부 부부장과 WTO 수석대표단장을 역임한 롱용투(龍永圖)는 2003년 11월 28일 ‘세계무역기구 가입과 중국경제(加入世貿與中國經濟)’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중국의 굴기는 평화적 굴기이지 도전과 위협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국무원 총리 원자바오(溫家寶)는 같은 해 12월 10일 미국 하버드대학 강연에서, 정비젠의 견해를 재천명함과 동시에 “중화민족은 세계에서 평화를 가장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말했다. 보름 후인 12월 26일에는 국가주석 후진타오가 마오쩌둥 탄생 110주년 기념 좌담회에서 다시 한 번 ‘화평굴기 발전의 길과 자주독립의 대외정책’을 천명했다.
2004년 들어 화평굴기론은 최고지도자들에 의해 더욱 구체화된다. 3월 23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제10차 집체학습 자리에서 후진타오는 다음과 같이 화평굴기론을 강조했다.
“화평굴기 발전의 길과 자주독립의 화평 외교정책을 견지해야 하고, 세계 평화를 수호하고 공동 발전을 촉진하는 취지를 견지해야 하고, 평화 공존 5대 원칙 하에 다른 국가와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를 견지해야 하고, 국제무대에서 평화와 발전 그리고 협력의 기치 아래 인류 평화와 발전이라는 숭고한 사업에 공헌해야 한다.”
원자바오는 3월 14일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2차회의 기자회견에서 ‘화평굴기’ 실현을 위한 5대 핵심을 발표했다.
첫째, 중국은 세계평화라는 좋은 기회를 충분히 이용하여 발전할 것이며, 동시에 중국은 세계평화를 수호해야 한다. 둘째, 중국은 광활한 국내 시장과 노동력, 축적된 자본 등 자체의 역량에 의존해야 한다. 셋째, 중국은 세계와 동떨어질 수 없다. 따라서 개혁개방 정책을 견지하고 평등호혜의 원칙 아래 세계 각국과 경제무역 거래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넷째, 중국은 몇 세대에 걸친 시간이 필요하므로 장기간 분투해야 한다. 다섯째, 중국은 누구도 방해하지 않고, 위협하지 않고, 희생시키지 않는다. 중국은 현재 패권을 부르짖지 않으며, 강대해진 이후에도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
화평굴기론이 폐기되고 화평발전론이 등장하다
‘화평굴기론’이 제기된 이후, 중국 국내외에서 이론적 실천적 차원의 다양한 논쟁이 발생했다.
첫째,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굴기’라는 개념을 사용하면 역으로 ‘중국위협론’이 더욱 확산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대중억제 정책이 확대될 수 있다. 둘째, ‘화평’을 강조하다 보면 향후 대만 문제 해결 과정에서 무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셋째, 국내에 산재되어 있는 문제들, 즉 지역 간, 도 농 간, 산업 간 불균형 발전 등의 문제가 중국의 굴기를 저해할 수 있다. 넷째, 중국과 주변국 사이에는 많은 정치적 안보적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 다섯째, 부상 중인 다른 대국과의 경쟁이 중국의 평화적 굴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중국 지도부는 2004년 3월 31일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을 겸하고 있던 차오강촨(曹剛川)의 태국 국방연구원 강연을 끝으로, 더 이상 ‘화평굴기’를 언급하지 않고, ‘화평발전’, ‘화해세계’ 등의 개념을 사용하도록 했다.
‘화평굴기’ 개념을 처음 제시한 정비젠은 이후에도 계속 ‘화평굴기’를 사용하고 더욱 체계화시켜나갔다. 하지만 2006년 5월 11일 <인민일보 해외판>에 발표한 「중미 양국의 교류, 상호보완, 협조 및 협력(中美兩國的交流互補協調合作)」이라는 글을 계기로 ‘화평굴기’ 개념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
참고도서 및 관련 사이트
김애경, 「중국의 ‘화평굴기’론 연구: 논쟁과 함의를 중심으로」, 『국제정치논총』 제45집 4호, 2005년.
박병석, 「중국화평굴기론(中國和平崛起論): 그 전개 과정과 이론적 문제점」, 『한국동양정치사상사학회 학술대회 발표논문집』, 2008년.
박병석, 「중국화평굴기론의 이론적 한계와 문제점」, 『정치사상연구』 제15집 2호, 2009년.
*이 글은 HK인문한국연구소협의회와 네이버가 공동기획하고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가 제공한 <네이버 지식백과-중국현대를 읽는 키워드 100>에 수록된 글입니다. (원문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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