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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혁신 역량 차이 커
- 미래의 혁신을 주도할 예비군 양성해야
- 과감한 세제 혜택을 통한 엔젤투자 활성화 필요
혁신에 성공한 국가와 기업
세계 경제 주도하고 패권 차지
기업에 있어 ‘혁신 (innovation)’이 생존과 지속적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가 된지 이미 오래다. 슘페터(J. Schumpeter)가 ‘창조적 파괴’를 통한 기업의 기술혁신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발전과 지속성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한 것이 1940년대였다. 역사적으로도 178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1차 산업혁명 이후 2차 산업혁명과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혁신’에 성공한 국가와 기업이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패권을 차지해왔다.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등장한 이래 ‘혁신’은 언제나 주요한 화두였다. 지금 다시 ‘혁신’에 주목하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이 이전 산업혁명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국경을 넘어 유례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선자독식(先者獨食)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기, 혁신은 생존과 직결
모방을 통한 격차 줄이기는 성공할 수 없어
김태유 교수는 그의 저서 ‘한국의 시간’에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이전 산업혁명 시대와 대비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1)
“산업혁명의 시대는 ‘북극성의 시대’였다.
북극성을 기준으로 어디에서든 나갈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에너지, 섬유, 기계, 화학, 철강 등 기간산업이 바로 그것이었다.
산업혁명 전반부인 영국의 석탄, 야금, 직물 혁명이나 ... <중략>
이들 기간산업을 무조건 따라 하고 벤치마킹하면 산업혁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중략>
그러나 북극성의 시대가 가고 ‘은하수의 시대’가 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디지털, 바이오, 나노nano 등 산업의 종류가 은하수의 별처럼 많다.
수 없이 많은 새로운 산업이 수시로 등장하고 또 소멸하는 시대다.
더 이상 기간산업이 존재하지 않으며 선진국의 특정 산업분야를 따라 해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모방’을 통한 선두그룹과의 격차 줄이기는 4차 산업혁명기에는 선택 가능한 차선의 전략이 될 수 없다. 누가 먼저 어떻게 혁신하느냐는 바로 생존과 직결된다.
한국의 국가 혁신 역량은 선두권
2021년 블룸버그 혁신지수 1위
우리나라의 국가 혁신역량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우호적이다. Bloomberg는 2021년 발표한 ‘Bloomberg Innovation Index’에서 한국을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선정하였다. 싱가포르와 스위스가 뒤를 이었는데, 동 지수를 발표한 2013년 이후 7번째이다. 2)
이는 R&D의 집중도,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성, 첨단기술 집중도, 교육 효율성, 연구 집중도 및 특허활동 등 7개 분야 통계 수치를 지수화하여 평가한 것으로 평가대상 60개국 중 유일하게 90점 이상을 획득하여 1위에 오른 것이다.
WIPO(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가 코넬대학 및 프랑스 인시아드(INSEAD)와 공동으로 산출하는 ‘세계혁신지수(Global Innovation Index)’는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의 국가 혁신 역량을 세계 10위로 선정한 바 있다. 3) 아래는 이를 지역별로 구분하여 도표화한 것이다.
세계은행이 산출하는 ‘세계경쟁력지수(The Global Competitiveness Index)’역시 2019년 기준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세계 13위로 평가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기업의 혁신과 관련된 ‘innovation capability’의 경우는 전체 평가보다 양호한 5위를 기록하였다. 4)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가장 혁신적인 세계 50대 기업’ 포함
세계적인 컨설팅기업인 BCG(Boston Cunsulting Group)가 매년 발표하는 ‘가장 혁신적인 세계 50대 기업(The Most Innovative Companies)’에 의하면 2021년 한국은 삼성전자(6위), LG전자(12위), 현대차(39위) 등 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동종 산업관련자 설문 30%, 타 산업관련자 설문 30% 및 TSR (Total Shareholder’return) 40%의 비중으로 선정하는 이 명단에 삼성전자는 2005년 이후 2011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선정되었다. 특히 2013년의 경우 2위에 오르기도 하였다. LG의 경우 2020년 18위에서 6단계 오른 12위를 기록하였고 현대차는 2013년 이후 8년 만에 재진입하였다. 5)
월마트, 디즈니 등 전통산업 기업도
혁신 선도 기업에 포함
예상대로 미국의 4대 IT기업 MAGA(MS, Apple, Google, Amazon)가 상위 1~4위를 점하였다. 특기할 점은 2020년에는 제약/바이오 기업으로는 Norvatis가 유일했으나, 올해는 Pfizer, Merck, Moderna, AstraZeneca 등 7개 기업이 선정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보인다. 또 하나 관심을 끄는 것은 혁신이 ICT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Walmart, Nike, Disney 등 전통산업에 속한 기업도 다수가 혁신 선도 기업이라는 점이다.
기업과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특허권을 주요 지표로 Clarivate(Thomson Reuters에서 분사한 지적재산 관련 기업)가 선정하는 2021년 ‘Top 100 Global Innovators’에는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LS산전 그리고 KAIST가 포함되었다. 삼성전자, LG전자, LS산전은 10년 이상 명단에 포함되었다. 6)
‘혁신’은 대기업의 전유물인가?
미래의 혁신주도 예비군 양성해야
한국은 국가 차원에서 이미 세계 정상 수준의 혁신 역량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최정상 수준임을 보여주는 평가도 있다. 한국의 선두 초우량 기업의 혁신 역량에 대한 평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앞서 언급한 BCG의 세부평가 영역인 기술하드웨어(technology hardware) 부문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애플에 이어 전 세계 2위 기업(2020년 기준)으로 랭크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한국에는 삼성전자, LG전자만 기업으로 존재하는가? 2019년 기준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에는 400만 개에 이르는 사업체가 있다. 이 모두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업이라 부르는 사업체는 아닐 것이다. 통계청의 2018년 기준 통계에 의하면 한국에는 5,000여 개의 대기업 ,10만여 개의 중기업, 34만 개의 소기업이 존재한다.
극소수 초일류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혁신’ 상황은 어떠할까? 중소기업의 혁신 문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현재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 4대 IT 기업인 MAGA도 1980~90년대에는 중소기업이었기 때문이다. Google의 역사는 이제 20년을 갓 넘겼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이들은 예외 없이 차고(garage)에서 창업한 소기업이었다.
아래 그림은 1989년 미국 주식 시장 시가 총액 1위 기업이었던 엑슨모빌(Exxon Mobil)과 현재 1위인 애플의 시가총액 비교 그래프이다.
4차 산업혁명기 변화의 속도와 폭은 지난 30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혁신’을 주도할 새로운 기업이 지속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면 국가의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과 번영도 어려울 것이다. 수많은 중소기업군에서 미래의 혁신 주도 예비군을 양성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대기업와 중소기업
혁신 역량에 상당한 차이 보여
과학기술정책연구원(Science And Technology Policy Institute 이하 STEPI)은 국내 기업의 ‘혁신’문제를 지난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조사 ‧ 분석해 왔다. ‘한국기업혁신조사(KIS: Korean Innovation Survey)’는 국내 기업 혁신활동을 지속적으로 조사‧분석하는 국가승인통계로 1996년에 착수하여 2003년 이후 통계청 국가승인통계로 지정된 바 있다. 7)
2020년 말에 발표한 KIS는 제조업 표본 4,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온라인 조사표를 이용한 기업체 개별 웹조사 방법으로 수행되었다. 동조사에서 ‘혁신’은 새롭거나 획기적으로 개선된 상품 또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로 정의된다.
KIS에 의하면 한국 제조업의 상품 혁신율은 14.2%,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율은 17.8%로, 전체 혁신율은 20.6%로 나타났다. 직전 2018년 조사의 44.6%와 대비 현격한 감소를 보이고 있다. 물론 조사 기간 중 팬데믹 상황과 조사 체계의 일부 수정이 원인일 수는 있으나, 같은 기간 (2018년 기준) 이루어진 유럽CIS(Community Innovation Survey)에서의 벨기에, 독일(67.8%), 이탈리아(63.2%), 스웨덴(63.1%)의 경우와 비교할 때 그리 좋은 성적표는 아닌 듯하다.
동 조사 결과는 국가 혁신역량 평가 및 일부 초일류 기업의 혁신 성적표와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대기업(종사자 500인 이상)과 중소기업의 혁신 역량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KIS의 세부 조사 내용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 기업 종사자 50인 이하의 혁신율은 17.2%인 반면 500인 이상 대기업의 혁신율은 72.6%로 조사되었다.
중소기업 혁신역량 제고 시급해
스타트업이 혁신 주도할 여건 조성해야
문제는 자명하다. 중소기업의 혁신역량을 제고하여야 한다. 현재의 대기업 편중의 혁신으로는 새로운 산업이 빠른 속도로 태어나고 성장하는 4차 산업혁명기의 변화에 대응할 수도, 더 나아가 주도할 수도 없다. 특히 벤처를 포함한 스타트업 기업이 산업계의 혁신을 주도할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기업 혁신의 저해요인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이야기되는 것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일 것이다. 그러나 규제는 혁신에 있어 양면성을 지닌다. 식품산업이나 환경 관련 이슈가 있는 산업군에 있어서 규제는 오히려혁신을 촉진시키기도 한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의 사례는 기본적으로 규제의 속성을 갖지만, 이를 통한 기업혁신으로 사회/경제 체제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도 한다. 그리고 규제는 혁신에 후행하는 것으로 혁신 자체의 1차적 저해요인이라 보기는 어렵다. 혁신의 1차적 저해요소는 그럼 무엇인가? 아래 도표는 KIS에서 기업이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혁신 저해 요소를 나타낸 것이다.
초기 자금부족 해결이 시급한 과제
‘데스 밸리’건널 엔젤투자 살아나야
먼저 자금 문제다. 기업에 있어 자금은 생명줄과 같다. 특히 데스 밸리(Death Valley)로 불리는 창업 초기 기업의 자금 부족 문제는 혁신생태계 존립의 출발점이 된다. 한국의 벤처 투자 규모는 2020년 4조 3,045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였다. 8) 2019년의 4조 2,777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GDP 대비 비중으로 미국, 이스라엘, 중국에 이어 세계 4위권의 수준이었다. 9)
아쉬운 점은 데스 밸리를 건너게 해 줄 엔젤투자의 상대적 부족이다. 2018년 기준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GDP 대비 엔젤투자 규모는 0.03%로 미국의 0.11%의 1/4 수준이며 영국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영국의 경우 GDP 대비 벤처 투자 규모가 한국 보다 열위에 있음에도 엔젤투자 부분에서는 역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벤처생태계의 자금 흐름이 편중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자금이 가장 절실한 창업 초기 단계에서의 투자를 활성화하는 과제가 시급함을 알 수 있다.
엔젤투자 全단계에 대한
과감한 세제 혜택 필요
엔젤투자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엔젤투자자에 대한 보다 과감한 세제혜택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행 세제혜택은 투자시점에 한정한 소득공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의 국가가 예외 없이 엔젤투자의 全단계 즉 투자, 회수, 재투자 단위로 세제 혜택을 주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특히 영국 세제 혜택의 특징은 첫째, 투자의 全단계에서 (투자-회수-재투자) 이루어지고 있고 둘째, 소득공제가 아닌 세액공제를 기반으로 하며 셋째, 규모가 크고, 마지막으로 상속세까지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10) GDP 대비 엔젤투자 규모가 한국의 두 배에 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CVC 제도의 제한 없는 도입
대기업 지주사의 여유자금 활용돼야
또한 대기업 지주회사의 여유자금이 신산업 발굴과 투자에 지원되도록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제도의 제한 없는 도입으로 대기업 편중의 혁신이 중소/벤처기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기업 역량 부문에서 우수인력, 아이디어 및 기술/시장에 대한 정보 부족이 혁신 저해요소로 조사되었다. 내부 역량 부족 문제는 중소벤처기업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이다. 이 점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외부의 협력기관일 것이다. 아래 그림은 혁신 관련 외부 협력 파트너 유용도에 관한 설문 결과이다.
KIS 조사에 의하면 정부부처, 외부 공공기업, 대학 및 고등교육기관 그리고 정부출연연구소의 유용도가 민간부문 대비 현격하게 떨어짐을 알 수 있다. 기업들에 필요한 인재가 원활하게 유입될 수 있는 혁신 생태계의 구축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대기업에 편중된 혁신 역량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으로까지 이어지는 혁신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세제 지원을 통한 창업 초기 엔젤투자 활성화부터 시작해 볼 것을 제안한다.
1) 김태유, 김연배, ‘한국의 시간’ 쌤앤파커스, 2021
2) Bloomberg, ‘Bloomberg Innovation Index 2021’
3) WIPO, ‘Global Innovation Index 2020’
4) WEF, ‘The Global Competitiveness Index 2019’
5) BCG, ‘The Most Innovative Companies 2021’
6) Clarivate, ‘Top 100 Global Innovators 2021’
7) 이종우외 6인, 2020년 한국기업혁신조사: 제조업부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2020.12.30
8) 중소벤처기업부, 보도자료 ,2021.1.27.
9) GDP 대비 비중 통계는 2019년 기준
10) 양현봉, ‘선진 주요국가의 엔젤투자 지원제도와 시사점’, 산업경제 202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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