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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 우주 산업 발전에 미래 달렸다

최경일 (Ktsat CTO)

2021.04.01

- 한국서 위성 개발 기술 배워간 UAE는 화성탐사선 띄워… 정부의 일관된 우주 개발 전략 효과
- 우주청 같은 중장기 계획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전문 조직 필요해
- 국제협력 효율성 높아… 한국 주도의 동아시아 우주국 설립 제안

새로운 시장 열리는 우주 산업
한국, 경제규모 비해 경쟁 뒤쳐져

인류에게 우주는 역사 시절 이전부터 경외와 탐구의 대상이었다. 번개와 천둥이 신의 유희가 아니라 자연현상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고, 태양과 달의 활동을 계절의 변화로 연결하고, 날씨의 변화가 식물의 작황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까지, 우주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은 농경사회 인류의 생존을 위한 중요한 임무이기도 하였다. 고대 철학자들에게도 우주의 구성과 인류의 근원은 주된 탐구 주제였으며, 오늘날 천체물리학과 천문학을 선두로 인류는 우주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멈추지 않고 있다.

2015년 12월에 로켓 재사용 기술 개발에 성공한 미국의 스페이스 X 는 2017년부터 이를 발사 서비스에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 발사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후 Starlink 통신위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화성 왕복선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우주 개발은 이제 단순히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기초과학적 탐구영역을 넘어, 신에너지 및 자원 발굴과 인류의 생존을 위한 지구 밖 터전 개척 등 추가적인 목적을 갖게 되었고, 우주 개발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관심도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루어 세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21세기의 대한민국은 우주 산업분야에서는 아직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주 개발을 국가의 기본 전략 중 하나로 채택하여 우주부 Dept. of Space 와 우주국 ISRO 설립을 통해 독립적인 발전을 이뤄온 인도나 양탄일성(兩彈一星) 전략을 국가 과제로 추진한 중국과 비교한다면, 한국에서의 우주 개발은 경제개발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게다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발사체 사정거리 제약사항 역시 한국의 우주 산업을 키우는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cf. 인도는 1945년부터 sounding rocket 실험을 시작했다. 1962년 INCoSpaR(Indian National Committee for Space Research)를 설립하고 운영한 Dr.Vikram Sarabhai의 비전을 이어받아 1969년에 인도 우주국(ISRO)을 설립했고, 1972년 인도 우주부(Dept. of Space) 산하로 편입시켰다.

cf. 양탄일성
1956년 원자탄, 수소탄, 인공위성 개발이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며 채택한 중국의 전략적 캐치 프라이즈

우주 개발을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등장
민간기업들의 국제 경쟁력 중요해

New Space라고 일컬어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전 세계를 휩쓰는 현재, 한국의 우주 산업은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도약하기위한 발전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전통적인 시각에서의 우주 개발이 국가 주도형 사업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면, New Space의 우주 개발은 민간이 주된 역할을 하며 투자에 대한 수익을 기대하는 사업성의 논리가 도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출연 연구소의 연구 실적은 물론, 우주 산업 생태계에서 민간기업들의 상업적 국제 경쟁력이 중시되며, 우주 산업을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본 글에서는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앞으로 한국의 우주 산업 발전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항공우주연구원, 한국 우주 개발의 대표주자
위성 개발, 발사체 자체 개발 등 성과 쌓아

1989년에 설립되어 한국 우주 개발의 대표주자 역할을 하고 있는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설립 목적은 “항공우주과학기술 영역의 새로운 탐구, 기술 선도, 개발 및 보급을 통하여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 생활의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다.1) 이를 위하여 종합 시스템 및 핵심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국가 정책 수립을 지원하며, 산업계 지원 및 기술사업화, 그리고 전문 인력 양성을 주요 기능으로 설정하고 있다.

cf. NASA와 ESA의 비전
- NASA: 인류를 위하여 새로운 발견을 하고 인류의 지식을 넓혀나간다. To discover and expand knowledge for the benefit of humanity (https://www.nasa.gov/careers/our-mission-and-values)
- ESA: 모든 이들을 위하여 우주를 탐사하고,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하여 인공위성과 유인 우주선을 보내는 것은 21세기 선진국들의 중요한 책무중 하나이다. Exploring the Universe, and sending satellites and humans into space in a secure and sustainable environment for all, are among the major challenges for developed nations in the 21st century. (https://www.esa.int/About_Us/Corporate_news/A_European_vision)

항우연을 선두로 한국의 우주 개발 역사는 많은 성공사례들을 축적해왔다. 위성 분야에서는 과학기술위성, 다목적실용위성, 그리고 정지궤도위성들을 개발해 왔으며, 뒤늦게 시작한 발사체 개발에서도 나로호 시리즈에 이어 한국형발사체를 자체 개발, 처녀비행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1996년 처음 우주 개발 중장기 기본계획을 수립한 이후, 현재 수행되고 있는 2014~2040 우주 개발 중장기 계획에서는 4개의 목표(R&D 예산 확대, 한국형 발사체 개발, 인공위성 개발의 민간참여 확대, 선진국 수준의 우주 개발 경쟁력 확보)에 6가지 중점과제를 선정하고, 다시 세부 추진과제를 나열하고 있다. [그림 1]

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서, 16기의 인공위성을 제작하여 성공적으로 발사하였고, 독자적인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는 현재, 한국의 민간 우주 산업 분야가 국제경쟁력을 갖추는데 늦었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우주 개발 프로젝트가 혁신적인 민간기업들을 육성하며 진행되지 못하였고, 우주분야의 상품을 수출하고 있는 기업의 숫자가 적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국가 주도적 사업 분야에서 위성과 발사체의 개발 프로그램에 비하면 우주과학/탐사 부분이 빈약하거나 해외의 경우에 비해 너무 늦게 진행되어 한국의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들이 해외의 우주국들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데 핸디캡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서 위성개발 기술 배운 UAE
국가 지원 힘입어 화성탐사선 궤도 진입 성공

2006년 한국을 찾아와 대전의 민간기업 Satrec Initiative에서 처음 위성 개발 기술을 배워간 UAE의 젊은 엔지니어들은 국가의 일관된 우주 개발 전략을 통한 지원으로 2020년 미국,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화성 탐사선을 띄우는데 성공하였다. [그림 2] NASA가 제안한 아르테미스 협약(Artemis Accords)에도 UAE는 지난 2020년 10월 미국, 이태리, 호주, 캐나다 일본 등과 함께 Founding Member로 협약 인준을 하였다. [그림 3] 이 협약은 평화로운 우주 개발을 추구하는 Outer Space Treaty를 바탕으로 우주 개발 국가들이 달과 화성 등 심우주 탐사를 하면서 서로 협력하여 시스템 호환성을 확보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UAE의 사례는 민간 기업이 없거나, 또는 민간 기업이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정부의 장기적이고 전략적 지원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우주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관련 우주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림 1]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 로드맵2)

[그림 2] Hope Orbiter - An artist’s rendition (출처: Courtesy of UAE Space Agency)

[그림 3] Artemis Accords (signed on 2020.10.13) (출처: https://www.nasa.gov/specials/artemis-accords/index.html)

우주 개발은 장기 프로젝트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원 방안 있어야

한번 시작하면 우주선 개발에만 수년이 걸리고, 심우주 탐사의 경우 발사와 운영에 이르기까지 다시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는 경우를 고려한다면, 그리고 한 국가의 우주 개발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국제협력이 가능하려면 ▲우주 개발에 대한 해당 국가의 비전과 장기적인 우주 개발 계획의 수립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책과 예산의 집행 ▲이를 담당하는 기관의 전문성 등이 확보되어야 한다.

특히 민간 부문의 전문 기업들을 육성하려는 경우, 국가 주도의 프로젝트 계획 안에 일회성 프로젝트 지원을 넘어 관련 참여 기업들이 한번 육성한 전문 인력들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기량을 키울 수 있는 방안들이 포함돼있어야 한다.

유럽 우주국 ESA 사례
22개국 협력 통해 우주 개발 효율성 높여

우리는 유럽 우주국 ESA의 예에서 국가 간 협력으로 기대할 수 있는 우주 개발의 효율성을 찾을 수 있다. 한 국가가 추진하기에는 매우 버거웠을 지구 관측 분야의 기상/해양 관측 Copernicus 프로그램부터 갈릴레오 Navigation 위성군, 아리안 발사체의 개발과 신기술 통신위성 개발(Alphasat, Quantum, 등)과 함께 심우주 탐사 분야의 달, 화성, 금성 탐사 위성들의 발사와 운용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22개국이 모여서 함께 투자한 결과는 전 세계 우주 개발 예산의 절반 가까이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 NASA의 성공 사례에 비해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그림 4]

그렇다면 유럽 우주국은 어떻게 유럽의 우주 분야 산업을 지원하고 있을까?

[그림 4] 유럽 우주국이 참여해 운영하는 우주 탐사 프로그램들 (출처: https://www.esa.int/Enabling_Support/Operations)

유럽의 우주 개발 관련 기관과 회사들은 해마다 가을이 되면 유럽 우주국 ESA의 연락을 받는다. 이듬해에 ESA가 주관하는 각종 프로젝트 사업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이들을 점검하며, 각각의 프로젝트마다 예산을 배당하는 데 도움을 달라는 취지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술 개발 사업 리스트들을 다시 해당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기관, 기업 그리고 연구소에게 보내 각 기관의 관심도, 프로젝트별 기술 개발의 중요도 및 우선순위 등을 선정하게 한 뒤, 참여 기관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최종적으로 새해의 연간 기술 개발 프로젝트 규모와 일정, 예산 등을 확정하게 된다. 새해가 되면 ESA는 정해진 프로젝트 공개 입찰 과정을 거쳐 그림 5, 그림 6 와 같이 다양한 우주 개발 관련 프로젝트 사업을 발주한다. 프로젝트의 내용은 매우 다양하다. ▲새로운 우주 개발 아이디어 ▲기초과학분야 현상 분석 및 검증 ▲우주 개발에 필요할 수도 있는 다양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들의 개발 및 테스트 그리고 이렇게 개발된 ▲소재/부품/장비들의 우주환경시험을 통한 Space Qualification까지, 어쩌면 우주 개발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찾기 어려운 주제들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포함되어 있다. 해마다 이러한 수백 개의 프로젝트가 300 ~ 900 K€, 즉 3억 원에서 10억 원 내외의 예산으로 수행되고 있다.

다양한 분야 축적된 아이디어가
하나의 우주시스템 만들어

이렇게 축적된 아이디어들과 단계별로 개발된 소재/부품/장비들이 모여 하나의 우주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소부장 산업부터 차근차근 지원을 시작하여 탄생한 프로젝트가 Ariane 5, Vega 등의 발사체 사업이고 Galileo, EGNOS, Alphasat, Quantum, Meteosat MTG, Copernicus Sentinel 등 최신 기술의 인공위성 사업들이며, 우주정거장 ISS를 위한 ATV 화물선 및 화성/달 탐사선 사업들이다. 이러한 사업들에는 유럽의 대표적 우주 개발기업 Airbus, Thales Alenia Space, OHB, SSTL 들을 포함하여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발주되는 ESA 프로젝트에는 중소기업의 참여가 50%가 넘어야 한다는 강제적인 요구 사항이 명시되어 있기도 하다.

[그림 5] ESA 통신분야 Telecom Invitations To Tender (출처: http://emits.sso.esa.int/emits/owa/emits.main)

[그림 6] ESA 지구관측분야 EO Science Projects (출처: https://eo4society.esa.int/projects/?tags=poc)

[그림 7] ESA budget by domain (출처: https://www.esa.int/About_Us/Corporate_news/Funding)

[그림 8] World Space Agency Budgets

네덜란드, 덴마크 등 우주 개발 선도 기업 다수 보유
국가별 예산 규모는 크지 않아

그림 7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럽 우주국 ESA의 2021년 예산은 6.49 B€, 한화로 약 8.7조 원 정도다.(물론 이 예산도 미국 NASA 2021년 예산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림 8) 이 예산의 20% 정도를 새로운 발사체 개발에 사용하고, 지구관측 분야에 22%, 항행(Navigation) 부문에 19%, 유인 및 로보틱스 우주 개발에 10%, 그리고 통신 부문에 7%를 사용한다. 앞서 이야기한 수백 개의 다양한 R&D 연구과제들이 각각의 분야별로 수립되고 집행되기에 대학교와 연구소, 스타트업에서 대기업까지 다양한 분야의 많은 참여자들이 ESA와 함께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협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ESA Grand Challenge라는 프로그램으로 유럽의 Space 4.0 전략에 맞춘 새로운 우주 개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있다.3) 우주 개발 정책과 방향을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참여하여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여 진행하자는 취지인데 아이디어 모집의 주제 분야가 흥미롭다.

• 에너지와 자원 획득
• 노화와 물리적으로 도전 받는 시민들
• 사이버 보안
• 모빌리티 (자율 주행 자동차, 드론)
• UN의 지속성장목표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

이러한 ESA의 일 년 예산은. 한국 항공우주연구원 예산보다 약 10배가 더 많다. 혹자는 한국이 우주 개발에서 늦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예산의 부족으로 설명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ESA의 모든 예산은 각 회원국들의 지원금에서 충당하는 것이고, 국가별도 본다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3개국만이 한국보다 많은 1조 원 이상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며 영국이 6000억 원 정도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유럽에서도 우주 개발을 선도하는 기업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네덜란드, 덴마크, 룩셈부르크 등은 1000억 원도 되지 않는 자체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그림 8]

룩셈부르크, 유럽 우주 개발 허브 국가로 성장
역량 있는 민간 업체 유치에 다양한 제도적 지원

총 인구 60만여 명의 도시국가 룩셈부르크는 2021년 기준 47 M€, 즉 630억 원의 우주 개발 예산을 ESA에 지원하고 있다. 50개가 넘는 국제적으로 알려진 우주 개발 회사들이 이 나라에 본사를 두거나 최소한 지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서 전 세계 1위의 위성통신 업체 SES, 지상국 소프트웨어 기업 Amphinicy Technologies, 큐브셋 선두주자 GomSpace, 감청 전문 회사 Kleos Space, 소형 위성 제작사 LuxSpace, 위성-5G 통신사 OQ Technology, 우주 로보틱스의 선구자 Made in Space, 초소형 위성 운영사 Spire 등이 눈에 띈다.4) 지상국 서비스와 위성영상처리 전문 업체인 한국 중소기업 Contec도 룩셈부르크에 유럽 지사를 설립하였다.

무엇이 룩셈부르크를 유럽의 우주 개발 허브 국가로 키우고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룩셈부르크 우주국 LSA 홈페이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림 9]

[그림 9] 룩셈부르크 우주국 홈페이지 (https://space-agency.public.lu/en.html)

왼쪽 첫 번째 메뉴 [The Agency]를 보자. LSA 우주국의 소개와 함께 국가의 우주 정책과 전략을 명시하고 우주 개발에 관한 국제법∙국내법을 설명하며 룩셈부르크에서 국제적 협력을 하는 방법과 이곳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의 장점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두 번째 메뉴 [Expertise]에서는 현재 룩셈부르크에서 찾을 수 있는 모든 우주 개발 관련 기업들,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며, 세 번째 메뉴 [Talent]에서는 기업 방문자에게 현지에서 전문 지식을 가진 인력을 고용하는 방법을 그리고 개인 방문자에게는 현지에서 교육을 받고 우주 분야의 직업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네 번째 메뉴 [Funding]은 국가 프로젝트, 유럽 프로젝트 등을 나열하면서 이러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법과 스타트업 회사들이 추가적인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들을 설명하고 있다. 그 뒤에 따라오는 메뉴들에서는 더욱 다양한 관련 정보들, 우주 개발 관련 이벤트, 뉴스 등과 함께 우주국의 연락처를 찾아볼 수 있다.

이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듯 룩셈부르크는 우주 개발 분야 민간 업체들을 유치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발전 방향과 전략을 개발하여 이를 수행하는 조직으로 LSA 우주국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민간 업체 유치에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비록 유럽우주국의 전체 예산에서 1% 정도밖에 공헌을 하지 않으며, 우주국에서 자체적으로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룩셈부르크의 이러한 민간 부문 지원 전략은 눈에 띄는 결실을 맺고 있다. 다른 산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동일 업종의 회사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해당 산업 분야의 허브로 발전한다. 이 허브에서는 경쟁도 심하지만 연관 기업들이 인력과 자원을 주고받으며 성장을 할 수 있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기존의 정부나 우주국의 역할이 우주 분야의 선도적인 기술 개발을 위한 국책 사업의 발굴과 수행을 통하여 민간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었다면, 이미 민간의 역량이 정부를 넘어서는 분야에서는 그러한 민간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고 도움을 주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이 민간을 뒷받침하고 보조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기술혁신으로 진입장벽 낮아진 우주 산업
민간투자 확대되며 ‘스페이스 X’ 등 성공사례 등장

1957년 소련의 Sputnik 위성 발사를 시작으로 60여 년 넘게 이어진 인공위성, 달 탐사 등의 우주 개발 사업들은 21세기 들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의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 세계 민영화의 열기가 뜨거웠던 2000년대 초반, 국제기구로 설립되어 활동하던 국제통신위성기구들(Intelsat, Inmarsat 그리고 Eutelsat)이 민간 주식회사로 탈바꿈했다. 비슷한 시기에 민간 위성전화 회사인 이리듐과 글로벌스타가 서비스를 시작하였으며, 이후 관측 위성을 선두로 기상위성, 통신위성 등을 발사하여 운영하는 민간 사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술 부분에서는 어떨까?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과 전자소자들의 집적도를 높인 소형화 기술혁신, 그리고 3D 프린팅 기술 등이 도입되면서 비싸고 어렵게 느껴지던 우주 개발 분야가 차츰 저렴한 기술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그리고 산업 표준화를 거치면서 전반적인 기술 민주화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림 10]

1999년 미국 Cal Poly 대학에서 제안되어 많은 참여자들의 협동으로 표준화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형체를 갖춘 큐브셋 위성의 경우, 1 Unit (= 1U) 을 10x10x10cm3 로 만든 정육면체의 조합으로 위성을 설계하도록 한다. 이 표준을 따라서 전 세계에서 수백 개가 넘는 기관과 회사들이 위성을 제작하였고, 최근 몇 년간은 매년 수백 기의 위성들이 발사되고 있다. [그림 11]

기술 민주화를 통해 새로운 응용 분야 아이디어들이 등장하였고 이를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졌으며, 저렴하면서도 빠르게 만들어 발사할 수 있는 소형 위성들을 이용한 사업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그림 10] 정보통신 기술의 소형화와 우주기술의 소형화 트렌드 (출처: https://www.zurich.ibm.com/st/smartsystem/)

[그림 11] Total Nanosats and Cubesats launches (출처: https://www.nanosats.eu)

이러한 기술 및 사업 부문 혁신의 결과로 2021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십 개가 넘는 상업용 저궤도 위성군 프로젝트들이 발표되었고 [그림 12], 이 위성들을 발사하기 위해 수십 개가 넘는 발사 서비스 회사들이 창업돼 발사체와 궤도 배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그림 13] 특히 통신 분야에서 전 지구적 광대역통신망을 구축하고자 하는 OneWeb, Starlink(SpaceX), O3b mPOWER(SES), Kuiper(Amazon)와 같은 프로젝트들은 수 조 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이렇게 나열된 위성군 프로젝트 모두가 성공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어렵고, 완성된다고 하더라도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사업적으로 실패하여 파산하거나 인수합병되면서 투자된 자금이 손실처리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끊임없는 사업적 아이디어와 기술적인 혁신으로 한두 회사가 성공을 한다면 이를 통한 수익이 나머지 실패 사업들의 투자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Venture Capitalist(VC)들의 경험에 따른 투자 역량이 이러한 대규모 민간 투자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SpaceX, Planet Lab, Rocket Lab, 그리고 2021년 초 주식 시장 상장에 성공한 Momentus와 Spire Global 등 성공 사례들이 이를 증명한다.

[그림 12] Some noticeable on-going LEO constellation projects (출처: https://www.newspace.im/)

[그림 13] New Space Delivery Service Companies (source: https://www.newspace.im/)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계속 시도해볼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해야

기존의 경험이나 축적된 기술없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많은 투자비와 인력을 투입해도 프로젝트의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우주 개발의 첫 관문인 발사체의 예를 보자. 미국, 구 소련, 중국, 인도, 유럽 등 성공적으로 발사체를 운영 중인 모든 나라는 첫 번째 발사에서 성공한 사례가 절반이 되지 않으며, 첫 10회 발사의 성공률도 50%를 넘기기 어려웠다. [그림 14] 재사용이 가능한 Falcon-9 로켓과 차세대 우주선 Starship 개발로 주목받는 SpaceX의 첫 작품인 Falcon-1 로켓의 경우에도 처음 3기의 발사에 모두 실패하면서 창업자 Elon Musk를 파산의 문턱으로 몰아넣었다. 다행히 네 번째 발사가 성공을 하며 SpaceX는 재기의 발판을 이루었고 오늘의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림 14] World Launch Records since Beginning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Timeline_of_spaceflight)

항우연을 비롯한 여러 기관/회사들이 설계하고 제작하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발사가 2021년에 예정되어 있다. 매 시도마다 성공적인 발사를 기원하지만, 혹시라도 기대하였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 하더라도 그 경험을 반영하여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이어지는 발사들이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제도적∙재정적∙인력적 안전 장치가 마련되어 있기를 바란다.

New Space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듯이 정부 주도 발사체 개발 사업뿐 아니라 민간 회사의 개발 노력도 눈에 띈다. 이노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소형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투자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민간의 시도가 성공하게 된다면 전 세계의 흐름에 합류하여 새로운 기술의 인공위성, 우주 로보틱스, 유인 우주선, 우주 호텔, 우주 광산 등 우주 개발 신사업 분야에서도 민간의 시도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상업적인 실패를 감내할 수 있는 투자환경이 필수적이다. 최근의 투자시장 상황이 민간 우주 개발 분야에 호의적이긴 하지만 투자회사, 벤처캐피털 등이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 기관의 전문적인 컨설팅과 제도적 지원도 필요할 것이다.(제도적인 지원책으로 정부의 우주 분야 스타트업 인큐베이션 센터 운영, 혁신적 프로젝트 R&D 지원금, 토종 한국 벤처의 우주 분야 투자에 대해 세금 감면, 투자 후 이득에 관한 세금 면제 등 다양한 제도들이 고민될 수 있으나, 이 부분은 관련 제도의 전문가들께 부탁을 드리고자 한다.)

글로벌 시장으로 변해가는 민간 우주 개발 분야도 이제는 최고가 아니라 ‘최초’가 중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출현하여 재정적 지원을 받아 사업으로 발전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키울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한국의 우주 선진국 진입 위해
일관되게 정책 추진할 전문적 조직 필요

지금까지 살펴본 해외의 사례들을 바탕으로 한국의 우주 산업이 더욱 발전하고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항들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 항목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New Space 시대에 민간으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는 우주 개발의 현 상황을 직시하고, 이미 확정된 우주 개발 중장기 계획을 전문성과 일관성을 갖고 추진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이 조직은 특히 중장기 계획을 실현함에 있어서 룩셈부르크의 예와 같이 우주 개발 허브 개발을 통한 산업 생태계 육성 및 발전을 지원하거나 국제협력 우주 개발 프로젝트들에 국내 기업들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등 영속성 있는 지원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우주공사 또는 우주청 등 제도적으로 분리된 조직으로 구성할 수 있다면 조직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이를 유지할 수 있고, 국제적인 동향과 한국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시의적절한 업데이트와 실제 수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군/방위사업 분야에서도 전문 집단의 장기 전략 수립 및 정책 일관성 유지를 위하여 우주사령부의 신설 등이 필요할 수 있겠다.

민간의 우주 개발 역량 증진 지원할
연구개발 프로그램 절실해

둘째, 한두 개의 대형 국가 프로젝트가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중소기업들을 키울 수는 없다. 민간의 우주 개발 역량 증진과 관련 기업들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R&D 프로그램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ESA의 예와 같이 전문가 집단이 운영을 맡아 선도적이며 장기적 전략을 수립하고 지속적인 예산 지원을 통해 핵심 기술개발 프로그램들을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R&D 프로그램에서 ‘국산화’ 라는 키워드는 조심스럽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New Space 시대는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대비 효능 검증)의 시대다. ROI를 중요시한다면 중요한 핵심 기술만을 엄선해 국내 기업의 몫으로 소화하고, 나머지는 시장경쟁을 통한 조달 방법에 맡길 수 있어야 한다. 사업성도 불분명하고 핵심 기술 개발을 추구하지 않는 국산화 프로젝트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실패 두려워하지 않는
기술 개발과 지속적 자본 투자 필수

셋째,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는 민간기업을 키우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술 개발과 지속적인 자본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하여 정부는 민간 부문의 경쟁력 우위 분야를 잘 파악해 선택적인 지원을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 민간이 경쟁 우위에 있는 분야라면 정부에서는 민간 기업의 사업을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투자유치를 지원하는 정책적∙제도적 지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국내에 경쟁력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뒤처진 신기술/신사업부문을 키우기 위해서 기술 개발과 재정 투입이 필요한 경우, 정부는 민간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개발하되 기술 개발은 되도록 민간의 영역에 맡기고 이들이 신기술개발에 전념할 수 있게끔 정부는 전문적인 프로젝트 관리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정부기관이 기술 개발에 참여하여 함께 협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개발된 기술이 민간 기업에 이양돼 경쟁력 있는 사업화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편, R&D 사업과 구매사업으로 양분되는 예산집행 방법에 추가하여 기술력 있는 민간부문을 키우고 유지하기 위한 “R&D 구매사업” 같은 하이브리드 제도 등도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

국제협력 통해 사업역량 키울 수 있어
동아시아 우주국 설립 제안 시도해 볼만

넷째, 국제협력이 없다면, 우주 개발의 효율성을 담보할 수 없다. 해외 우주국들과의 심우주 탐사 등의 우주 개발 분야(예를 들어 달·화성 등 행성 탐사 미션,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환경 보호 미션, 인류의 새 정착지 발굴을 위한 우주 탐사 등) 국제협력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보다도 국내 우주 산업의 기술 및 사업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목적이 되어야 한다. 한국이 투자한 만큼 국제협력 프로젝트에서는 기술력이나 사업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한국 기업이 찾아올 몫이 있다. 이러한 국제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의 민간 기업이 만들어낼 장비나 부품, 시스템 등은 자동으로 우주환경에서 검증되어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게 된다. 비슷한 목적으로 대한민국이 선도적으로 동아시아 우주국의 설립을 제안하고 주변 국가들에게 적극적으로 구애 활동을 하기를 바란다. 동아시아 우주국의 공동협력 공동개발 프로젝트들을 통하여 국가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동아시아 지역의 정치적 긴장감을 완화하며, 동시에 도전적인 우주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국내의 여건을 만들어 한국 기업들의 참여 범위를 더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백년대계 우주 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정부출연 연구소, 민간 기업, 관계부처 공무원 조직뿐만이 아니라 정치 지도자들의 관심과 전문가적 미래 비전이 매우 중요하다. 영속적이며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정책과 제도를 통한 지원이 있어야 위성과 발사체 등 전통적인 우주 산업 분야는 물론 New Space 시장에서 새로이 주목받는 심우주 탐사 및 광물 채취, 우주 호텔, 유인 우주여행, 지구과학, 기상관측 프로젝트 등 다양한 신기술/신사업 부분에 한국 민간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이 한국의 우주시대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1) https://www.kari.re.kr/kor/sub01_02.do
2) https://www.kari.re.kr/kor/sub04_02_03.do
3) https://www.esa.int/About_Us/Business_with_ESA/ESA_Grand_Challenge/ESA_Grand_Challenge3
4) https://space-agency.public.lu/dam-assets/publications/2020/Luxembourg-Space-Directory-2020-final.pdf


<참고문헌>
미래창조과학부 외 7부처, «2014~2040 우주 개발 중장기 계획,» 2013.
International Treaty, «The ARTEMIS ACCORDS,» NASA, 2020.
Wikipedia, «CubeSat,» Wikipedia, [En ligne]. Available: https://en.wikipedia.org/wiki/CubeSat. [Accès le 6 3 2021].
EKAMA, «유럽의 항공우주 기술 및 정책 동향 (vol.1),» KISTI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대전, 2013.
Wikipedia, «Falcon 1,» Wikipedia, [En ligne]. Available: https://en.wikipedia.org/wiki/Falcon_1. [Accès le 6 3 2021].
KASP, «2020 우주 산업실태조사,»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서울,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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