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여시재와 함께 해주십시오. 회원가입으로 여시재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 2021년은 느리고 지난한 ‘회복’의 시작
- 코로나 극복과 다자주의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해결해야
세계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2021년을 맞았다. 팬데믹으로 무너진 세계 질서는 아직 새로운 규범을 정립하지 못한 채 혼돈 속이다. 글로벌 리더십의 복원을 노리는 미국은 정권 교체를 수일 앞두고 벌어진 의회 난입 사태로 내부의 분열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바이든 정부는 국제 사회에서 지도력을 발휘하기 위해 국내 정치부터 안정시켜야 하는 난제를 마주하게 됐다. 과연 바이든은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 분열된 미국과 세계를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 또 동맹과의 연대를 강조해 온 바이든은 한국에 어떤 외교적 과제를 던져줄 것인가. 여시재는 한반도를 둘러싼 도전과제를 이해하고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일본 석학과 신년 대담을 진행했다.
그 세 번째 순서로 미국 ‘외교협회(CFR)’의 리처드 하스(Richard Haass) 회장과 온라인 대담을 진행했다. 하스 회장은 2021년은 느리고 지난한 ‘회복’의 시작이 될 것이며, 미국 국내문제 해결부터 미중 관계 개선까지 그 첫걸음은 모두 코로나19 대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스 회장은 미국 국방부와 국무부를 거쳐 조지 H.W. 부시 대통령의 특별보좌관, 근동남아문제 담당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국장을 지낸 안보전략가다. 2003년부터 CFR 회장을 맡았으며 다수의 외교 전략 저서들을 발간하였다. 인터뷰는 전 UN 사무차장을 역임한 김원수 여시재 국제자문위원장이 진행했다.
트럼프 떠나도 트럼프주의는 쉽게 사라지지 않아
의회 난입 사태는 미국 내 뿌리 깊은 ‘분노’ 투영
Q. 2021년 미국의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2021년 미국의 핵심 키워드는 ‘회복(recovery)’이 될 것이다. 미국은 우선 팬데믹으로부터 회복할 것이고, 경제도 회복할 것이다. 2021년에는 적어도 그 두 영역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다만 회복은 매우 느릴 전망이다. 회복 과정은 매우 어렵고, 또 불완전할 것이다. 2021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할 것이고, 경제 회복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여러 비즈니스와 일자리는 영영 회복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갈 길이 멀다.
Q. 1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다.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의 사태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물러나더라도 트럼프주의(Trumpism)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사회경제 시스템의 누적된 문제와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정계에 대한 불만이 트럼프주의로 나타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임기 첫해에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
A. 1월 6일에 국회의사당에서 발생한 일은 미국 사회에 매우 크고 뿌리 깊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트럼프는 그러한 사회 문제를 일으킨 선동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 문제를 반영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백악관을 떠나지만, 미국 정치에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개인적으로 정치 활동을 완전히 그만둔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미국 정치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수천만의 미국인이 트럼프에 투표했고 그들은 여전히 트럼프가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믿는다. 당신이 지적했듯이 트럼프주의(Trumpism)는 미국 사회에 지속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다. 이에 간단한 해결방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인생이 불공평하여 자신들은 갖지 못하는 이득을 특정 사람들만 취하고 있다’는 미국인들의 진짜 불만이자 분노를 대표한다. 게다가 미국의 정치 구조와 소셜미디어, 케이블 TV 채널이 이러한 극단적인 목소리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따라서 2021년은 기껏해야 트럼프가 이만큼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만든 미국 사회의 문제를 다루기 위한 느리고, 길고, 어려운 과정의 시작이 될 뿐이라는 것이다.
한편 조지아주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덕분에 바이든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또 의회의 승인 없이도 바이든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WHO에 복귀하고 싶으면 바로 할 수 있고, 파리기후협약에 다시 가입하고 싶으면 이 역시 가능하다. 트럼프가 내렸던 행정명령 또한 뒤집을 수 있다. 따라서 바이든 앞에 놓인 길이 고난만 가득하게 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미국은 이미 분열된 사회이기 때문에 당연히 바이든의 정치적 결정에 저항하는 세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이 대통령으로서 이룰 수 있는 것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트럼프를 지지했던 7400만 명의 지지를 전부 얻지는 못하겠지만, 그중 1000만, 2000만 명의 지지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점이 매우 중요하다.
국제 사회 리더십 회복은 난제
상처 난 리더십 회복 위해서는
국내 문제부터 해결해야
Q. 다자주의(multilateralism)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부활시키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비전을 어떻게 보는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진정한 리더십 복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A. 매우 어려울 것이다. 새 정부는 분명 다자주의를 추구하며 동맹국과 함께 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다. 그중 하나는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명성과 이미지가 여러 면에서 흠집이 났다는 점이다. 1월 6일 국회의사당에서 일어난 일들만 해도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에 대한 인식에 큰 영향을 끼쳤다. 미국의 잘못된 코로나19 대응 역시 미국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그간 트럼프가 만든 미국 외교정책의 많은 변화들은 바이든에 의해 나중에 뒤집힐지라도 여전히 미국 외교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남을 것이다. 트럼프가 만든 변화들이 미국의 외교정책이 더 이상 일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정책을 올바른 방향으로 다시 바꾸어놓는다 할지라도, 4년 후에 또다시 어떤 인물이 나타나서 잘못된 방향으로 틀어 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이 세계 무대에서 리더십을 회복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두 번째로 바이든은 우선 미국의 경제와 사회를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미국은 자원, 정치적 단합, 그리고 세계무대에서 함께 움직이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바이든에게 일단 국내 문제 해결에 집중하자고 할 것이다. 미국 내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외교 문제에 쏟을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실 미국 리더십 회복의 문제는 미국의 의지와는 관계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오히려 중국, 그리고 다른 국가들과 관련이 있다. 세계에는 이미 많은 경쟁자들이 있다. 현재는 미국이 큰 이점을 누렸던, 냉전 직후나 1945년, 1946년의 세계와는 다르다. 세계의 권력은 현재 훨씬 더 분배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이 점차적으로 국내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미국 경제와 사회가 회복된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국제무대에서의 리더십 회복은 난제일 것이다. 그게 현실이다. 국제 무대에서의 리더십 회복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2020년대의 국제 사회의 본성에 대한 문제다. 미국뿐 만 아니라 그 누구든 국제 사회의 리더가 되고자 하는 누구에게도 어려운 시대다.
대내적으로는 코로나19 대응
대외적으로는 다자주의 재활성화
Q. 현재 미국은 수많은 국내, 국제적 과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초에 가장 우선시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가장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는 코로나19 대응이다. 코로나19 대응을 국가 안보 문제로 보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엄연히 국가 안보의 문제이다. 미국이 정상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가 걸린 핵심 문제이다. 미국이 백신과 더 나은 검사 체계, 더 나은 치료약 등으로 점차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면 경제가 다시 살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고, 소비자들은 다시 쇼핑을 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돌아갈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로나19 대응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우선순위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외교 과제는 미국의 동맹을 재활성화(revitalize) 하는 것이다.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과 함께 할 때보다 미국이 혼자서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미국 외교에서 다자주의가 가장 우선시 될 것이다. 앞서 2021년 미국의 키워드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2021년 바이든의 외교 정책 키워드를 꼽는다면, 바로 ‘다자주의’가 될 것이다. 다자주의는 미국이 세계와 연관되어 있고 국제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고립주의자도 아니며 독단적이지도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이 동맹을 다시 움직일 경우 중국, 러시아, 북한 또는 이란 문제와 같은 국제사회의 문제를 미국이 다룰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함께 행동할 때 더 똑똑하다.
동맹국에 중국과의 단절 요구보다는
동맹국과 연대해 중국에 선택을 압박할 것
Q. 바이든 정부에서의 미중관계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는가? 미국이 외교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동맹국들을 다시 모으는 것은 좋은 시작일 수 있으나, 미중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미국과 중국 중 한쪽 편에 서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A.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미중관계 역시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미중관계는 최근 몇 년 간 악화되어 왔는데 이것이 금세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트럼프와 바이든 사이에서 지속되는 정책도 있을 것이다. 중국에 대한 트윗은 줄어들겠지만 어느 정도의 정책 연속성은 있을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 모두의 중국에 대한 시각이 변했다. 많은 미국인들이 중국을 더욱 회의적이고 비판적으로 보게 되었다. 그들은 중국이 성장하는 힘으로 중국 내외에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시진핑 때문이다. 시진핑의 중국은 (과거와는) 매우 다른 중국이다. 중국 내에서 훨씬 더 억압적이다. 중국 경제에서 중국 정부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의 역할은 지속되거나, 오히려 더 확대될 것이다. 중국은 훨씬 더 유능한 군대도 키우고 있다. 또한 중국의 외교는 종종 외교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즉 현재의 중국은 덩샤오핑의 중국이 아니다. 매우 다른 중국이다. 바이든 정부와 함께하게 될 고위 관리들은 이를 잘 이해하고 있고 그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바이든 시대는 미중관계에 있어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다만,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의 양자간 무역 협정에 얽매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 새로운 국무장관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의 정권 변화나 중국 공산당을 끝내야 한다는 식의 연설을 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앞으로는 홍콩이나 위구르 문제와 같이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해 더 많은 비판이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중국의 남중국해나 대만에 가하는 압력에 대한 고민도 지속될 것이다.
미국이 동맹국에 중국과 미국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우선 미국은 앞으로도 중국과 계속 무역을 해나갈 것이며 중국과 계속 대화도 이어나갈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지 않는데 다른 국가에 단절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것은 매우 잘못되고 바보 같은 요구이다. 다만 다른 국가들에게 특정한 기술을 중국과 공유하지 말라고 하거나 중국에 어떤 식으로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고 하는 압력은 있을 수도 있다.
미중관계는 앞으로도 계속 복잡하고 어렵겠지만, 중국과 미국 사이에는 더 많은 외교가 이루어질 것이다. 사적인 외교는 줄어드는 대신 더 많은 고위급 대화가 재개되는 등 정부 간의 외교가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궁극적으로, 중국이 국제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 결정해야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주변 국가들에 어느 정도까지 압박을 줄 것인지, 또는 중국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국제사회에서 수용 가능한 방법을 쓸 의지가 있는지, 또 어느 정도까지 그 목표를 타협할 수 있는지, 중국이 선택해야 한다. 중국에게 달려있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에게 어떤 행동은 절대로 용인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중국이 어떤 행동을 하면 우리는 반드시 대항할 것이고, 중국이 국제 사회의 법과 규제에 따라 움직인다면 우리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열려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남은 것은 중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 동맹국들에게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미국이 원하는 것은 (동맹국이 아닌) 중국이 선택하도록 압력을 주는 것이다. 중국의 외교는 무엇이고, 외교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으며, 어떻게 이루고 싶은지에 대해서 중국이 선택하도록 말이다. 그게 미국이 영향을 주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대외 정책은 국내에서 시작한다”
미국 내 문제 해결이 중국에 진짜 압박
Q. 하지만 법과 가치에 기반하여 행동하는 것이, 중국 정부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일 수 있다. 트럼프처럼 단기적이고, 임시적이고 즉흥적인 경우에는 중국이 대응하기 비교적 쉬웠을지 모르나, 원칙과 가치, 법에 기반한 미국은 중국이 더욱 다루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A. 중국이 법과 가치에 기반하여 행동하도록 하는 요구가, 중국의 리더십에 문제를 일으키기를 바라는 바다. 나는 중국이 중국의 행동에 대해 재고하도록 만들고 싶다. 그게 외교의 역할이다. 내게 외교는 어떤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거나, 또는 어떤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외교에서 항상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수단으로 이를 이루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 이는 매우 정당한 외교이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 일본, 인도, 호주 등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해서 우리가 중국의 어떤 행동을 단념 시키고 싶은지, 또 단념 시키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는 중국의 몫이다. 나는 매우 실용적인 사람이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함께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순진하지 않다. 미국과 중국이 앞으로도 다르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건 핵심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차이가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그 다름을 잘 관리할 수 있느냐다. 그 차이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이 북한이나 기후변화 문제처럼 서로의 이익이나 목표가 겹치는 부분에서 여전히 협력할 수 있느냐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미국이 앞으로 지금보다 더 잘 대응한다면 시진핑과 중국에 진짜 압박이 될 것이다. 미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잘 못하게 되면서 시진핑에게 쉬운 상황을 만들어주었다. 미국이 국내 문제를 잘 다루게 된다면, 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가 중국의 공산주의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잘 운영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미국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따라서 어떤 면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바로 이곳, 미국에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8-9년 전에 ‘대외 정책은 국내에서 시작한다 (Foreign Policy Begins at Home)’는 책을 썼었다. 그 상대가 중국이든, 누구이든, 성공적인 외교 정책의 토대는 미국 사회와 경제를 강화하는 데에 있다. 바이든은 그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바이든은 미국이 국내 문제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전에는 국제 무대에서의 영향력 또한 효과적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문제를 잘 다루자는 것이 미국의 46대 대통령 정부의 기본적인 지침 원칙이 될 것이다.
참을성 없는 북한에 “기다려달라”는 메시지 보내야
추후 바이든의 “현실주의 대북 외교” 펼쳐질 것
미국과 한국은 북한에 연합 전선을 제시할 수 있어야
Q. 북한에 대해서 묻고 싶다. 미국 정부가 현재 직면한 국내, 국제 문제가 많다 보니 북한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북한은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북한이 바이든 정부가 부딪히게 될 첫 번째 외교 위기가 될 수도 있다. 바이든 정부에서 대북 문제는 어떻게 되리라고 보는가?
A. 지적한 대로 북한이 바이든 정부의 초기 외교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우선 그전에 미국은 러시아와 이른바 NEW START 핵 군축 협정 연장 문제에 대해 외교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러시아는 바이든 정부에 초기 도전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가 그동안 미국에 저지른 해킹 문제에 대해 처벌하고 싶을 텐데, 이와 동시에 어떻게든 군축 협정의 연장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란이다. 사실 이란 문제가 가장 먼저 외교 위기가 될 수 있는데, 아시다시피 이란은 최근 2015년 협정의 제한을 웃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기다려 주길 바라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신정부는 북한에 “우리에게 조금만 시간을 달라, 기다려달라”는 조용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는 ‘국명고지(station identification)’라고 해서 일정 시간 간격으로 방송국 이름을 밝혀야 하는 방송국의 의무가 있다. 예를 들어 “지금은 12시입니다, 여러분은 NBC 방송을 보고 있습니다” 이런 고지를 하는 식이다. 그런데 보면, 북한은 그들만의 ‘국명고지’와 같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종종 북한은 북한이 어떤 국가인지 미국이 잊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북한이고, 우리에게 별로 관심을 주고 있는 것 같지 않으니 미사일 실험을 하겠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때문에 (북한이 초기 외교 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신정부는 분명 북한과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이 계속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신정부는 현실주의자라고 생각한다. 신정부는 그저 꼭대기에서 북한에 비핵화를 하라고 소리치지는 식의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문제는 계속 미국 정책의 목표로 남겠지만, 장기적인 목표로 남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북한과 미국 외교관 사이에서 어떤 종료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북한과의 군축 협상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군축의 대가로 북한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몇 개의 제재 해제 정도는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게 신정부가 가게 될 길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의 제한과 감시의 범위 안에서 대북제재가 해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형태라고 본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한국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과 한국 둘이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에 연합 전선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것이 현재 유일한 현실적인 길이라고 본다. 북한이 코로나19와 경기 침체로 이러한 대안에 열려 있을 지도 모른다. 러시아와 중국이 대북제재에 협조할지 아니면 대북제재를 깨뜨리는데 협조할지가 가장 문제이다. 어쨌든 6자 회담을 재활성화하든, 또는 다른 다자 외교적 접근을 하든, 외교적인 협상을 다시 재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 나는 북한의 핵 미사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재래식 군사적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우리는 핵 갈등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군사적 갈등 상황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재래식 군사 갈등에 대해서 신정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고, 대북전략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만 아마 몇 달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반드시 ‘현실주의 외교’라고 부를 수 있는 전략을 다시 꺼내 드는 시도가 있을 것이다.
Q.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주변국과의 공조도 중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한일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우리는 종종 일본을 과소평가하지만, 북한 문제 해결에 있어 일본은 중요한 행위자다. 일본은 북한과의 협상 진행 시 기여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에서 일본을 빼놓을 수 없다. 항상 미국이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공동의 위협과 목표를 위해 조용히 중재 역할을 해왔었지만, 최근 한일관계가 많이 악화된 상황이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가 임기 초에 한미일 삼자 회담을 회복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당신이 국무부의 정책실장이었을 때 나와 함께 했던 것처럼 말이다.
A. 매우 동감하는 바다. 최근 한일관계의 상황을 보면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아주 답답한 상황이다. 지적한 대로 미국이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왔는데, 그러한 외교적인 노력을 최근에 하지 않았던 것이 미국의 실수였다. 하지만 신정부는 외교와 협의를 믿는다. 동맹국을 믿는다. 미국의 신정부는 한국, 미국, 일본이 함께 협력하지 않고, 특히 한일관계가 나빠지면 우리 모두가 진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미국의 두 동맹국 사이의 마찰을 무시하면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신정부가 한일 간 중재를 위해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세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미국인들
고등 교육과정을 통해 세계 속 미국을 배울 수 있어야
Q. 2020년에 발간한 당신의 책 “The World: A Brief Introduction”에서 쓴 “글로벌 리터러시”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1) 그렇게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매우 높은 수준의 글로벌 리터러시를 가진 인물인 것 같다. 한편 더 이상 세계 정세에 관심을 두지 않는 미국 국민들에 대한 당신의 우려에 공감하는 바이다. 우리는 어떻게 젊은 세대가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세계 정세에 대해 더 잘 알고, 배울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A. 조 바이든은 미국의 대통령 자리에 매우 준비가 잘 된 인물이다. 아마 ‘아버지 부시’ (조지 H.W. 부시) 이후로 특히 국제 문제 분야에서 가장 준비가 잘 된 대통령이 아닐까 싶다. 나는 1974년부터 조 바이든을 알아왔는데, 바이든은 나만큼이나 국제 문제에 오랫동안 관여해온 인물이다. 우리가 함께 늙어가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는 정말 대통령직에 잘 준비가 된 인물이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당신이 지적한 것과 같이 미국 국민의 세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세상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미국 국민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걱정이다. 나는 세계에 대한 이해 부족이 ‘고립주의’를 키우고, 또 사람들이 대통령을 뽑아 놓고서 그 대통령의 정책 결정은 막상 무시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지난 11월 대선 투표에서 거의 1억 5천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투표했지만, 그중 트럼프와 바이든의 외교정책 차이에 근거하여 투표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둘의 외교정책은 매우 근본적으로 다른 데도 말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로 매일 4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기후변화가 이미 우리 날씨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 훈련된 9.11 테러리스트가 3000여 명의 사람들을 죽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세계가 왜 중요한지, 세계가 어떻게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미국의 고등학교와 대학 필수 커리큘럼의 일환으로 세계 정세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하버드나 스탠포드에 가서 국제정치나 미국 정치 또는 시민사회에 대해 배우는 과목 하나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모든 고등학교, 대학교 학생들이 그들의 나라 미국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세계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미국인들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1월 6일 국회의사당에서 발생한 일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왜 특별한지, 성공적인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모르고 있다. 게다가 수많은 미국인들이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가 어떻게 미국에 영향을 미치는지, 또 미국의 외교정책이 어떻게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지 많은 미국인들이 모르고 있다. 그래서 나는 미국인들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또 미국의 현명한 외교정책을 지지할 수 있는 준비된 시민이 될 수 있도록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교육 과정을 바꾸고 싶다.
1) ‘글로벌 리터러시’는 디지털 정보 이해 및 표현 능력을 의미하는 ‘디지털 리터러시’와 같이, 세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세계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일컫는 말이다. 리차드 하스는 자신의 저서 “The World: A Brief Introduction”의 서문에서 이 표현을 사용하였다. (여시재 북리뷰 참고: https://www.taejaefci.org/research/999)
< 저작권자 © 태재미래전략연구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