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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대립 속 한일 미들파워 협력 중요해져
- 국제 공조 통해 중국의 규범 준수 유도해야
코로나19의 혼돈이 여전한 가운데 새해를 맞았다. 팬데믹은 기존의 국제질서를 무너뜨렸지만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작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가변적인 세계 정세는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 면밀한 분석과 민첩한 대응을 요구한다. 여시재는 한반도를 둘러싼 도전과제를 이해하고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일본 석학과의 신년 대담을 진행했다.
그 첫 순서로 아키야마 마사히로 일본안전보장외교정책연구회(SSDP) 대표와의 대담을 싣는다. 그는 “미중 대립구도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미들파워의 입장에서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며 “(한일관계의 정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은 어렵더라도 여러 레벨에서 양국이 대화와 교류를 지속해 나가며 시간을 갖고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방위청 사무차관을 역임한 아키야마 대표는 1990년대 미일 동맹의 전환기 미-일 가이드라인 책정의 일본 대표로 활약한 안전보장 전문가다. 당시 미국 대표였던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와 아키야마 대표가 설정한 미일 가이드라인은 향후 미일 동맹의 기반이 됐다. 아키야마 대표는 방위청 퇴임 후 일본의 민간 싱크탱크인 도쿄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민간주도의 정책공공외교에서 활약하였다. 여시재의 특별연구원으로 한일 협력과 동북아 협력을 위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편집자주]
민주주의와 세계 리더십의 위기
바이든 정부는 해결책 찾으려 할 것
Q.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으로 미국이 트럼프 정부의 일탈적 외교에서 벗어나 정상적 외교 노선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A. 우선 미국이 현재 직면한 위기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의 위기는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한다. 이는 미국에 국한된 위기가 아니라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불안이라고 생각한다. 동맹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져 있는 것은 일본에게도 위험하다. 바이든 당선인이 민주주의 회복을 선언한 만큼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이든이 선거에서 이기고 최종적으로 대통령에 오르는 것 자체가 미국의 민주주의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로 민주주의의 강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하나, 바이든 당선인은 2020년 5월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에 기고한 논문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에 대해 언급했다. 미국이 세계의 리더십을 유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리더십에는 ‘의도’와 ‘능력’이 요구된다. 그동안 종종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할 능력을 상실한 것은 아니냐는 평가가 있었는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건 트럼프 정부는 의도마저 사라졌다는 인식을 가져왔다. 바이든은 이러한 평가를 인식하고 의식적으로 미국이 세계를 리드할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는 현재 미국이 처한 두 가지의 위기, 즉 민주주의와 세계 리더십의 위기에 대한 답을 찾고 우리를 안심시킬 것이라고 본다.
민주주의 국가 간 파트너십 강화
미-유럽 관계 크게 변할 것
Q. 트럼프의 4년간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일방주의 외교가 전개되었다. 여러가지 메시지를 보아도 바이든은 파트너십을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경쟁이 전개되는 가운데 파트너십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라고 보는가.
A. 미중 경쟁의 전개와 파트너십의 중시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미중관계를 보면 트럼프가 강경한 대응을 취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트럼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워싱턴 전체, 나아가 미국 사회 전체가 중국에 상당히 강경한 자세를 취해왔다. 이러한 대중 강경론은 트럼프 정부에서 선명해지긴 했으나 그전부터 확산된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강한 경계, 반발은 바이든 정권에서도 바뀌지 않을 것이고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 최대의 원인은 ‘He is not the Trump’, 즉 ‘그는 트럼프가 아니다’는 점이었다. 이 부분이 바이든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포함될 것으로 본다. 미중 경쟁이 지속된다고 해도 트럼프와는 다른 정책을 취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더 강경하게 나올 수도 있고, 약화된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 내용 면에서는 인권, 민주주의, 종교와 같은 이슈가 부상할 수 있다. 홍콩 문제라든지 현재 중국 내부에서 가톨릭교가 상당히 억압받고 있는 현상 등에 대해 민주당은 상당히 예민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관세전쟁과 같은 일은 격화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무역전쟁의 경우 오히려 어떤 계기를 통해 해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미중 경쟁의 내용이 바뀐다면 일본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바이든은 동맹국과의 파트너십을 중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2021년에는 민주주의 국가들을 위한 글로벌 서미트를 개최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민주주의 국가들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은 트럼프 정부와의 큰 차이이다. 미일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으리라고 보지만 유럽과의 관계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과의 관계를 보자면 인도∙ 태평양 구상 역시 일종의 민주주의 국가 간 연계였다. 인도 태평양 구상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중국에 대한 봉쇄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다만 인도와 일본 모두 중국을 포위하는 구상에 상당히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양국 모두 인도태평양 구상이 중국을 봉쇄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보다는 중국도 얼마든지 인도태평양 구상에 참여해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도와 일본이 인도태평양 구상이 봉쇄가 아닌 관여라고 입장을 표명한 만큼 미국과 파트너 국가들간의 연계가 미묘해진다. 연계해서 중국을 봉쇄할 것인가, 연계해서 중국을 관여시킬 것인가가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가 파트너십을 중시한다는 것은 일본에게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한 변수인 것은 분명하다.
선제적으로 유럽과의 관계 강화 필요
한국과의 미들파워 협력도 고려해야
Q. 과거 브레진스키 등은 유럽-미국-일본을 엮는 삼각위원회 구상 등을 제기한 바 있다. 트럼프는 유럽보다는 아시아, 특히 인도와의 연계를 강화했다.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바이든 정부에서는 유럽과의 연계를 강화하면서 일본을 참여시킬 가능성이 있을까.
A. 두 가지 의미에서 일본은 유럽과의 관계를 재고찰하거나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유럽 자체와의 협력 필요성이다. 미일관계는 잘 유지되었다고는 하나 역시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로 지속되었다. 미국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같은 민주주의 국가들인 유럽과의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U 자체가 브렉시트 등 여러가지 문제를 보여주고는 있으나 역시 유럽은 대단한 지역이다. 기후변화, 인권 등의 문제에 대한 대응을 보면 역시 저력이 있는 국가들이다.
둘째, 미일관계 관리를 위한 측면에서도 유럽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유럽과 미국의 관계 회복을 예상하고 일본이 주도적으로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이 미국-유럽-일본 삼각동맹을 주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상관없이 일본이 선제적으로 유럽과의 관계를 강화시키는 것이 미일관계를 강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Q. 극단적인 미중 대립은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EU도 결국 일본과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이다. 트럼프 시기에는 미중 대립 속에 각국이 미국이 요구하는 선택에 개별적으로 대처해 왔다.
A. 미중 경쟁이 앞으로도 당분간 격화될 것이라면 미들파워인 일본과 한국이 함께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것도 매력적인 협력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일본 혼자서는 어렵겠지만, 한국과 일본이 함께 미들파워의 입장에서 미중 경쟁구도에 대응하는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이는 악화되어 있는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한일 미들파워 동맹이라는 것이 가능하다면 좋겠다.
아베 정부는 이념형, 정치가 중심
스가 정부는 실리형, 관료 중심
Q. 미일 양국의 지도자가 교체됐다. 스가 정권의 새해 가장 중요한 외교적 과제는 무엇인가.
A. 바이든 정부와 스가 정부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착목할 필요가 있다. 전임자들이 정치인 주도의 정부였던 것에 비해 바이든과 스가는 엘리트 중심, 관료 중심의 정부다. 외교 부문에서도 전문가 중심, 엘리트층, 관료를 중심으로 한 외교가 될 것이다. 스가 정권은 아베 정권을 존중하겠지만 아베 정권의 외교는 잇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일본도 전문가, 관료를 중심으로 한 외교가 될 것이기에 미일관계도 과거의 안정된 방향으로 진행되리라 예상한다.
다만 바이든 정권이 중국을 대상으로 인권을 중시하는 정책을 펼칠 때, 일본이 과연 쫓아갈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 부상할 것이다. 환경 문제에서는 미일 모두 2050년 탄소중립을 추구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로 했다. 통상 정책은 양국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은 채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자유무역에 있어서는 민주당도 공화당도 반발하는 상황이다. 미국 전체가 자유무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통상 정책에 대해서 일본과 매우 다른 의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미국이 CPTPP로 복귀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이처럼 여러가지 측면에서 세부적인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종래의 미일 관계, 대미 외교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북한과 대화의 길 열어
바이든은 협상 통해 북 문제 접근할 것
Q. 북한 문제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는가
A. 트럼프 식의 북한 문제 접근은 없을 것이다. 다만 트럼프가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의 길을 연 것은 매우 큰 업적이다. 정상회담 이후에 진전이 없었던 것은 볼턴과 같은 네오콘의 개입으로 트럼프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게 되면서 정체 국면에 빠진 영향이 크다. 북한은 트럼프에 기대를 했었지 트럼프 정권에 대해 기대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바이든 정권은 예전의 흐름으로 돌아갈 것이다. 민주당의 대북 정책의 기본은 협상이다. 전문가에 의한 협상이 중심이다. 트럼프가 했던 성과를 취사선택해 나갈 것이다. 즉 남북화해 프로세스 속에 비핵화를 분명히 하는 트럼프가 생각했던 것과 유사한 방향으로 진전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문재인 정권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결국 바이든 정권의 북한 담당이 누가 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 정부가 한편으로는 유화책을 한편으로는 강경한 언동을 취했던 것과는 달리 민주당은 차분하게 협상을 진행할 것이다. 북한에게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되리라 본다.
아베의 북한 대응은 이념적
스가는 실용적 판단할 것으로 기대
Q. 북한 문제 해결 과정에서 일본은 어떻게 움직일 것으로 보는가
A. 아베 정권의 대응은 이념적 대응이었다. 북한 납치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도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든지, 한국의 역사 문제 대응에 대해 용서하지 않는다는 이념중심적인 반응을 했다. 희망적인 관측을 해보자면 스가 총리는 이념적인 정치가는 아니다. 그는 현실주의자, 실리주의자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스가 총리는 한반도 문제, 한국 문제, 북한 문제는 이념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남북이 화해 프로세스를 진전시켜 한반도 화해 무드가 조성된다면 북한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 얘기가 반드시 나올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조성되는 가운데 납치 가족 문제를 해결하는 등 실용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대북제재를 남발한다고 해서 납치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스가 정권은 이 같은 실용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경제적 고려로 올림픽 강행할 것
올림픽 외교 활용 가능성 있어
Q. 도쿄 올림픽 등을 계기로 북한 문제가 진전이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다.
A. 올림픽은 스포츠 제전으로서의 의미도 크지만 관광이라는 측면도 크다. 만약 이대로 도쿄 올림픽이 중지가 된다면 도쿄의 대형 호텔들은 도산할지도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올림픽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을 이용한 외교 역시 올림픽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인 만큼 스가 총리, 니카이 간사장 등이 올림픽 외교를 활용한 가능성은 존재한다.
내가 대표로 있는 일본안전보장외교정책연구회에서는 지난 5월 전국민 PCR 검사를 통해 양성자는 완벽히 격리하고 음성인 시민들에게는 활동에 제약을 두지 않는 방역 체계를 제안한 바 있다. 올림픽 개최 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들이 음성의 증명서를 들고 온다면 올림픽 개최도 무리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Q. 중국 전문가들과 회의를 해보면 6자 회담 부활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곤 한다. 6자 회담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어떠한가.
A. 6자 회담은 궁극적으로 최종적인 합의의 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전문가 협상이 진전된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6자 회담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을 부탁하는 방식만으로는 일본의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 6자 회담이 성사된다면 북한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 문제, 경제교류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북한 문제를 보는데 6자 회담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Q. 스가 정권이 출범하면서 한일 관계도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지난 11월 일본을 방문한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은 공동선언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일본 정부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보도도 있다. 한일 관계의 정체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A. 한일 정부 차원에서 무엇을 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 여러 레벨에서 대화와 교류를 지속해 나가면서, 시간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해도 징용 피해자 문제에 관해서는 현재 압류 중인 자산의 현금화가 실시된다면 심각한 대립이 진행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양국에게 합의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가 될 것이다. 오히려 양국 정부가 각각 성명을 내고 각자 해야할 일을 분명히 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한국정부는 “주한 일본 기업의 활동 유지 발전을 지지한다. 징용피해자 문제에 관해서는 한국 사법의 독립 및 결정을 존중한다. 동시에 결과적으로 발생하는 국제약속(한일청구권협정)에 위배되는 상황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라는 식의 원론적인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정부도 “한일 서플라이 체인(supply-chain)의 유지 발전을 지지한다. 수출관리와 관련해 한국의 일련의 대응을 확인한 후 선처한다”라는 식의 입장을 밝혀 자산의 현금화가 추진된다 할지라도 양국 모두 최악의 사태를 원하지 않는 점을 상호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일종의 데미지 컨트롤이라고 볼 수 있다. 더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서서히 개선을 도모할 수밖에 없으리라고 본다.
11월 스가 총리가 한국의 제안을 거절한 것은 발족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베 총리가 그간 해왔던 것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꿀 수는 없는 시기였다. 언급했듯이 스가 총리는 리얼리스트, 실리주의자인 만큼 해결의 계기를 구하고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Q. 일본의 안전보장에 대해서는 주변국이 항상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아베 총리의 숙원이었던 개헌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적 기지 공격론의 부상으로 전수방위가 수정된다는 관측도 있다. 일본의 안전보장 정책의 변화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Cf. 전수방위(專守防衛)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만을 행사한다는 일본 자위대의 방위력 원칙
A. 기본적으로는 적 기지 공격론이 헌법 위반도 아니고 전수방위를 파기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한 다양한 문제 제기가 있어 새로 책정될 방위대장에는 적 기지 공격론이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정부 방침이 정리되었다. 다만 북한이 개발한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일본을 방위하기 위한 적 기지 공격 등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공유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안보 정책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와는 별도로 헌법 개정이 실현되는 것은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평화안보법제나 일본이 공격당할 시에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를 규정하는 법률들이 통과되었다. 내가 관료로 근무하던 몇 십 년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법률들이 현실이 되었다. 일본 사회와 국회에서 헌법 개정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무리해서 추진할 필요는 없지만 언젠가는 개헌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Cf. 평화안보법제
아베 정부가 추진한 해석개헌을 통해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여 국제평화지원법을 비롯한 자위대의 국제평화활동에 관련된 법제를 11개의 법제를 제정 및 개정했다. 2016년 3월 시행.
코로나가 심화시킨 빈곤과 격차 문제
유엔 주도의 국제공조 펼쳐야
Q. 코로나19로 인해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성의 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이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까.
A. 중국은 코로나 대응을 잘했지만 전체주의 국가라서 가능했던 부분이 강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전체주의 국가가 성공적인 대응을 했다고는 할 수 없다. 민주주의 국가들 중에서도 전반적으로 아시아의 국가들은 잘 해나가고 있다. 이 역시 민주주의 국가라서 잘한 것인지 아닌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미국을 보면 분열이 너무 심해져서 공화당원은 마스크를 하지 않는 것처럼 매우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따라서 잘하고 못하고 있는 것을 민주주의와 연결 짓지 않아도 될 것이다. 중국이나 대만과 같은 성공 사례를 연구하고 배워 나가면서 대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해 빈곤이나 격차 문제가 심각해진 만큼 한국과 일본이 힘을 합쳐 개발도상국에 지원을 펼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유엔이 중심이 되어서 세계적 빈곤이나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통의 노력을 펴는 것이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유엔중심외교가 정책 방침이다. 유엔 지원을 통해 기금을 만드는 등, 유엔이 중심이 되어서 빈곤국에 검사 지원을 하는 게 어떨까.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는 상당히 성공한 정치적 호소라고 생각한다. 유엔이 제시한 SDGs의 실행을 위해 협력하는 형태가 좋다. 유엔에 대해 미국은 모호한 태도를 취해왔고, 트럼프의 경우 일시적으로 유엔 자체를 상대하지 않은 시기도 있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국제기구를 중요시할 거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유엔 활동을 이용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는 일본이 유엔 활동을 활용하기 쉬운 상황이 되었다고 본다.
일본 외교 키워드는 국제공조
중국의 국제 사회 편입 유도하는 협력 추진해야
Q.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2021년 일본 외교의 키워드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A. 국제공조로 복귀하는 것, 국제공조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견해로 보자면 아베 총리는 이념 외교, 어떻게 보면 레벨은 다를지라도 제재 외교를 전개했다. 한일 관계도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그러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제재 외교를 취하지 못했다. 중국에게는 오히려 일본이 일정 부분 제재 외교의 대상이었다. 제재 외교가 아닌 ‘공조 외교’를 전개하는 것이 앞으로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경제분야에서의 국제 협력은 자유무역체제를 의미한다. RCEP은 물론이고 한중일 FTA 같은 새로운 자유무역체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핵심은 역시 중국을 자유무역체제 안으로 편입시키고 룰을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기술이전이나 국영기업의 문제처럼 중국이 자주 지적받는 경제 국가의 룰을 벗어나는 행동을 시정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미중 대립 속에서 중국에 어느 정도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미국이 하는 것과 같은 개별적인 제재보다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연계해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국제 기준을 준수해 달라는 요구를 한 국가가 단독으로 요구하는 것보다는 연계한 국가들이 공동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일본은 그 부분에서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뭐든지 중국을 비난하면 된다는 자세도 옳지 않다. 문제는 군사대국, 경제대국이 된 중국이 독단적으로 룰을 위반하는 행동을 취하지 않도록 주변국들의 단결된 목소리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디지털 전환 속에 대두한 프라이버시의 보호와 같은 문제이다. 민주주의 국가들이 함께 논의해 보호의 기준 등을 함께 수립해야 한다. 한국도 상당히 관심 있는 이슈이고 일본도 늦었지만 디지털 전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함께 이러한 협조 체제에 참가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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