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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초청 세미나
코로나19로 언택트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디지털 화폐 도입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최근 중국이 디지털 화폐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미중간 금융패권 경쟁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여시재는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를 초청해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도입의 배경과 의미를 짚어본데 이어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초청해 디지털 통화를 둘러싼 주요 쟁점을 살펴봤다. 세미나의 주요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저는 오늘 디지털 통화에 대한 말씀을 중국과 미국 순서대로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최근 디지털 통화를 둘러싼 여러 쟁점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중국, 비트코인 투기 대응하며 디지털 통화 관심 커져
2008년도 이후에 비트코인이 등장하면서 가상통화, 암호자산에 대한 관심이 국제적으로 부상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술은 가지고 있던 나라는 미국이었지만 실제로 상용화 시키는데 성공한 나라는 중국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면 미국이 충분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용화를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하나는 미국에서는 민간기업인 페이스북의 주도로 시작이 되었는데, 통화라는 것은 발행권이 국가에 있기 때문에 민간 기업이 나서서 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이 만약에 디지털 통화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중국이 세계적 차원에서 표준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COVID-19 위기 이후에 비대면 경제가 확산되면서 금융의 디지털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통화와 민간이 추진하는 암호자산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먼저 암호자산은 비트코인에서 비롯된 개념입니다. 암호자산의 경우 모든 사람들이 접속할 수 있는 개방형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여 암호자산의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어 법적으로는 어떤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국가에서 법적으로 인정한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중앙은행의 디지털 통화는 중앙은행이 인정한 통화이며 법정통화와 1 대 1로 교환됩니다. 국가가 보장을 했기 때문에 가격이 시장에서 계속 변동되는 암호자산과 달리 ‘스테이블 코인’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디지털 통화에 대한 관심은 비트코인 투기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비트코인이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투기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중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그 현상에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처음에 중국 정부는 암호자산이 누가 돈을 거래했는지 파악할 수 없는 것을 우려해 규제를 통해 암호자산을 막으려고 했습니다. 한편으로 중국 정부는 달러화 패권에 대한 도전 차원에서 비트코인의 원천 기술인 블록체인을 이용한 핀테크 산업을 적극 지원을 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시도는 중국의 대표적 산업 정책인 ‘중국제조2025’와 ‘인터넷+’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중국은 지난 2020년 8월 3일 중국인민은행은 디지털 위안의 시범 운용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고 발표하게 됩니다.
리브라, 연준 반대로 세계 통화 목표 포기
반면에 미국에서는 민간기업인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27개 IT기업 및 핀테크 기업이 연합을 구성하여 2019년 6월 ‘리브라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통화로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여 리브라는 처음부터 스테이블 코인의 개념을 가지고 폐쇄형 블록체인 방식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 가입자가 20억을 넘으며 만약 리브라가 성공하면 일종의 기축통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된 것은 과연 리브라의 가치를 어떻게 결정하느냐의 문제였습니다. 리브라의 가치는 미국 달러 (50%), 유로 (18%), 일본 엔 (14%), 영국 파운드 (11%), 싱가포르 달러 (7%)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에 의해 결정이 되었는데, 이 기준은 기축통화를 평가하는 IMF에서 발표하는 특별인출권(SDR)과 다른 기준으로 결정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리브라는 익명성을 이용한 세금 포탈, 테러 자금 지원, 자본도피 등의 가능성이 우려되어 미국 재무부와 연준의 반대에 직면하게 됩니다. 결국 리브라 프로젝트는 연준의 반대와 통화주권 훼손을 우려하는 다른 나라들의 저항으로 세계 통화 목표를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리브라 프로젝트의 후퇴로 이제는 연준이 디지털 달러를 발행할 것인지의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연준은 계속 디지털 달러 개발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오다가 지난 8월 초순 공식적으로 디지털 통화 개발 의사를 밝혔습니다. 현재 ‘페드나우 (FedNow)’ 프로젝트를 통해 분산되어 있던 지방 은행 등 미국에 있는 모든 민간 기관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통합결제방식 시스템을 추진 중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실질적으로 운영되는지 의회에서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 지켜봐야 하지만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를 의식해서 서두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국제결제은행(BIS)에서 기축통화와 관련된 여러 법적, 제도적 문제를 검토하고 있고, 앞으로 연준과 BIS가 공동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달리 미국은 다양한 이익집단이나 양당의 합의를 거쳐야만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중국과 비교할 시 최소 4-5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디지털 통화를 둘러싼 주요 쟁점
현재로서는 디지털 달러, 디지털 위안 모두 상용화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상용화된다면 어떤 문제가 발행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 네 가지 쟁점을 들 수 있습니다.
1) 기축통화를 둘러싼 Financial Cold War는 발생하는가
첫 번째는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무역, 기술 등 여러 갈등이 금융전쟁까지 발전될 경우 기축통화 지위를 놓고 금융 냉전(Financial Cold War)의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도 2019년 의회 청문회에서 직접 리브라를 만든 이유와 왜 정부가 리브라를 지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중국의 디지털 위안 때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중국이 디지털 통화 발행에 처음으로 성공하고 플랫폼의 표준 기술을 선점하게 되면, 플랫폼을 다른 나라에 수출할 수 있게 되어 자연스럽게 위안화 거래망이 형성됩니다. 중국은 유동성 측면에 있어서도 미국보다 훨씬 많은 유동성을 가지고 있으며 위안화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합니다. COVID-19 위기 이후 외국 투자자들은 이자율이 3%에다가 경제 성장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상당한 자금이 중국 금융시장으로 들어와 디지털 위안화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중국이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디지털 위안이 당장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흔드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위안화 국제화를 하기 위해서는 자본계정의 자유화, 즉 자본이 국적을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도록 자본 통제를 완화시켜야 합니다. 위안화 국제화는 자본 통제를 언제 풀 것인가, 그 속도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예상됩니다. 그런데 만약 중국이 자본계정을 풀더라도 달러화가 약화되기보다 유로화나 파운드, 엔화 등이 약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글로벌 유동성)
2) 미국의 과도한 금융제재 남용
두 번째 쟁점은 금융제재의 문제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미국은 금융제재를 너무 많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각 나라 은행들 간 지급 결제는 국제은행 간 통신협정(SWIFT)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미국과 전혀 관계없는 금융기관들 간의 거래도 SFIWT를 통해 달러로 결제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제재를 통해 SWIFT로 가는 통로를 막아버릴 경우 국가 간 거래는 불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중국은 현재 구조와 다른 방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만약 디지털 위안이 등장하게 되면 SWIFT를 피해서 국가 간 지급 결제를 청산할 수 있는 새로운 지급 결제망이 구축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금융제재를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3) 정치사회 통제
세 번째 쟁점은 정치사회 통제에 관한 것입니다. 디지털 통화에 있어서는 오히려 정치, 사회, 경제제도가 중국보다 훨씬 자유로운 미국이 어려움이 많습니다. 중국은 정부가 강력한 권한과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미국은 소비자와 예금자들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디지털 통화가 실행되면 정부가 개개인의 계좌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에 사람들은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통화 발행을 시도하는 모든 나라에서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관건이 됩니다. 중국은 익명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은행 및 핀테크 기업을 비롯한 금융기관을 중대 기관으로 지정하는 이중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도피, 도박, 테러 자금 등을 막기 위하여 중앙은행과 사법기관의 감시는 불가피합니다.
4) 민간금융기관의 경쟁
현재 미국과 중국에는 현저히 많은 핀테크 기업과 많은 민간 은행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중앙은행에 의해 디지털 통화가 도입될 경우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중국에서는 디지털 위안이 모바일 지급결제에 특화된 알리페이와 텐페이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민간기관들의 저항이 더 심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디지털 달러가 등장하면 리브라 프로젝트는 물론 페이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 정치적, 제도적으로 어떻게 중앙은행과 민간과의 균형점을 찾을 것인가가 관건이 됩니다.
<질의응답>
Q. 패권국가가 다른 패권 국가로 이전하는 과정이 순조로울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요. 미국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미국과 중국 사이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논쟁들이 협의로 끝날 것인지, 화해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교수님의 의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협력의 지수도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떤 지표를 봐야 협력이 갈등보다 더 크다, 또는 전쟁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A. 패권국가의 정의는 전쟁과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전쟁에서 이긴 나라가 패권을 장학하는 패턴이 계속되어 왔는데 사실 미중 사이에서는 전쟁이 안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치경제적 부분을 말씀드리자면 전쟁을 하게 되면 전쟁 채권을 발행하게 되는데, 미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을 보면 과연 전쟁을 수행할 만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전쟁 채권의 경우 국가 예산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GDP의 20%에서 많게는 50%를 추가적으로 쓰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COVID-19의 영향도 있어 미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106%까지 올라갔습니다. 또한 국채를 찍으면 해외투자자 등 누군가가 사줘야 합니다. 그러나 해외 투자자들의 가장 큰 비중을 중국과 일본이 거의 50%~60%를 차지하고 있는데 미중 간 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은 미국의 채권을 안 사게 됩니다. 게다가 미국 투자자들도 지금은 미국 채권보다 중국의 채권을 사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큰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전쟁을 선택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협력의 지수에 대해서는 저는 ‘무역량’과 ‘금융거래’ 두 개를 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두 지수는 단기적으로 보면 협력이 커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지만 장기적으로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미국이 전략적으로 중국을 견제 해서가 아니라 중국의 산업이 커지고 소비시장이 커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디커플링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2013년 이후 세계 GDP와 세계 무역량이 줄어들고 있는데 그것을 보면 경제활동 자체가 떨어졌기 때문에 무역량도 감소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그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 성장률은 2~3%에서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예전에는 중국이 다 수입을 해서 국내에서 조립해서 해외로 수출하는 구조였는데 비해 지금은 수입도 수출도 조그만 하는 것으로 변했습니다. 중국 국내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비중이 계속 증가하다 보니 무역량은 줄어드는 것입니다. 현재 중국은 ‘쌍순환’이라고 해서 국내 대순환과 국제 대순환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국내 정책의 초점이 국내 대순환으로 이동하여 현재의 5:5에서 2035년까지 3:7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정리: 노조에 타마미 (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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