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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인터뷰 01] 오건호(내가만드는복지국가) - “혁신가들이 새로운 혁신을 만들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혁신 안전망’ 필요해”
<혁신을 키우기 위한 정책제안 프로젝트>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즈음, 연구팀은 현장의 혁신가들로부터 모아진 현실 진단과 정책 수요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을 찾아가 심층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그 첫번째 인터뷰 대상은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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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연구팀은 그동안 각 영역 혁신가들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현재 혁신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있어서 장애물이 무엇인지를 진단했습니다. 우리의 혁신 환경은 여러차원의 장애요소들이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오건호 박사님께선, 한국사회의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혁신가들이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사회안전망이 조성돼야 합니다. 그 첫 번째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기업중심의 복지 제공이 사회 중심으로 옮겨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사회의 복지제공은 기업복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많은 경우, 공기업이나 대기업, 금융회사 등에서는 근로자가 병가를 낼 수 있고 상당 수준으로 임금보전을 해줍니다. 주거비 융자나 자녀의 학교 등록금까지도 지원해주고요. 그런데 중소기업 근로자나 자영업자는 아프면 본인이 모두 부담해야 합니다. 결국 크게는 의료비, 주거비, 교육비를 중심권 기업에서는 기업복지를 통해 해결하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주변부는 방치돼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기업복지 중심이 아닌, 사회가 복지제공의 주체로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까지도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들,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으며 보다 마음 놓고 혁신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회 중심의 복지 제공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세금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세금을 내는 주체는 개인하고 기업이지요. 개인도 소득세를 내지만 특히 기업은 법인세를 내야 하고 사회보험에 대한 기업분담금을 책임져야 합니다. 즉, 기업복지 중심에서 사회복지 중심으로 옮겨갈 경우, 비용 측면에서 기업 몫은 더 커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용 증가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영세, 중소기업들에게도 해당될 수 있습니다. 자영업자,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본인이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기업복지를 제공할 여력이 없는 가운데 똑같은 비율로 사회보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날 것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모든 부분에서 기업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인세나 사회보험료는 오를 수 있지만 피고용인의 의료비, 주거비 등에 대한 지출 수요는 줄어드니까 임금인상을 덜 해줄 수 있습니다. 또한 비용부담을 형평성 있게 만드는 방법으로서 대기업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면 됩니다. 대신 대기업은 기업복지 지출을 줄이면 되고요.
결국 복지주체가 개별 기업 중심에서 사회 중심으로 나아가면서 일부 중심부 기업의 근로자만 양질의 복지혜택을 누리는 것이 아닌, 모든 사회구성원이 복지를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노동계의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겠지요.
“두 번째로, 복지 사각지대에서 새로운 도전과 실험을 하는 혁신가들에 대한 소득보전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기존 복지국가 제도에서 사회적 약자로 고려되지 않았던 새로운 집단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청년, 스타트업, 사회적기업, 예술인 등 노동시장 주변부에 있으면서 불안정한 형태의 목표를 추구하는 집단은 실업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채 복지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소득보전책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체 사회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 보조보다는 외부 노동시장에 위치하면서 상대적으로 양질의 복지 수혜가 요원한 집단들을 수혜대상으로서 특정화한 제도설계가 필요합니다. 농민수당, 청년수당, 예술인수당, 혁신가수당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다만, 각 집단의 자격요건 등 제도설계를 할 때는 이 대상들이 불확정한 대상이므로 전통적인 복지 설계방식에서 벗어나 요건이 상당히 완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부정수급을 엄격히 용납하지 않는 것보다는 혹 부정수급이 생기더라도 복지가 필요한 사람이 제외되어서는 안된다는 식으로 좀 더 유연하게 설계하는 것이지요.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실패가능성도 높고 충분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사람들, 노동시장 중심부에 들어가기 어려워 주변에서 머물며 불안정하고 열악한 근로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소득보전은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사회구성원 전체보다는 다양한 혁신가 그룹, 청년 등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사회수당형 소득보조에 대한 제도설계 논의가 바람직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주거 안전망 지원 정책이 필요합니다.”
혁신가들이 처한 열악한 근로조건뿐만 아니라 높은 주거비용 문제도 정책과제로 다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직장 접근성이 괜찮은 곳은 주거비용이 높아 거리가 먼 곳에서 출퇴근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면에서 사회적 주택이 제공될 필요가 있고, 시장가격보다 싸게 공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는 예산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주택 공급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가 소유하거나, 임대료를 지원하는 임대형을 통해서 입니다. 소유를 통한 사회적 주거 제공 방식은 다시 두 가지 측면으로 접근할 수 있는데, 공공임대주택을 새로 건설하는 것과 기존의 민간주택을 매입해서 싸게 공급하는 것입니다. 임대형은 세입자들이 새로 집을 얻으면 임대료를 지원하는 것이고요.
결국 시장가격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려면 공공재정이 감수해줘야 합니다. 지금처럼 주택도시기금이라는 채권발행 방식의, 민간에게 저금리로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으로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정부의 순예산이 지원되어야 해요. LH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총조성금액이 60~70조 원 수준이고 예비금이 약 30조 원이 있는데도 공공임대주택을 짓는데 소극적이게 됩니다. 지으면 수익이 안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그렇게 되면 이후 공공기관 평가할 때 불이익을 당하니까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적극적 의지를 갖고 LH 혹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도시공사에게 전입금 보전 등의 예산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혁신가들의 적절한 주거대안이 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확대되고, 이를 바탕으로 그들이 위험부담을 감내하며 새로운 혁신을 만들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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