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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혁신의 맨 앞이기에 누구보다 먼저 겪는 어려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저희는 17인의 혁신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혁신가 인터뷰 시리즈 3회는 이지현 박사님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인터뷰 시리즈는 계속 이어집니다.)
연세대학교에서 생물학 분야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이지현입니다. 박사 후 연구원이라 하면 말 그대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에 연구하는 사람들을 말하는데요, 특히 교수, 선임 연구원 등의 안정된 직급으로 오르기 위해 이공계 박사들이 좋은 업적을 목표로 연구에 몰두하는 시기입니다. 한시적이지만 대부분 필수적으로 거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박사 과정까지 받아온 교육과 훈련을 기반으로 연구에 매진하다 보니 해당 분야의 최근 동향과 최첨단 연구 기술 등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연구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공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연구원들의 직급 안정성보다 소득 안정성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많은 연구소들은 박사 후 연구원에 대한 대우가 열악한 편입니다. 뛰어난 연구 역량과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직급의 안정성은 떨어지고 (대부분 비정규직 혹은 계약직), 특히 대학 내 연구소의 경우 외국의 박사 후 연구원의 절반 이하 수준의 연봉이 책정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박사 후 연구원이면 생애 주기 상 가정을 꾸린 경우가 많은데 낮은 월급으로는 일상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연구비 정책도 미비하고 지원 가능한 pool 도 매우 적은 수준이고요. 솔직히 우리 나라 정부가 국내 출신 박사를 키울 재량과 비전이 있는지 의문스러울 때가 적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파 이공계 박사들 중 상당수가 박사 후 연구는 해외에 나가서 하려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저 또한 외국에서 연구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가 방관하고 있는 사이 인재 유출은 현재진행형에 있습니다.
한국의 이공계 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단순히 박사학위자 배출을 늘리는 게 핵심이 아닙니다. 그 이후가 더 중요합니다. 한시적인 이 직종의 특성상 직급의 안정성을 높이기 보다는 현실적인 월급을 주도록 박사 후 연구원의 “월급 하한선”을 제도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성을 가진 연구자들을 위한 최저임금과 같은 개념일테지요. 각 연구소가 감당하기에 어려운 경우 국가가 예산을 편성해, 최대한 많은 연구자들에게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인재 유출을 막고 이공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성이 제대로 일할 수 있어야 해요. 이를 위해서 법정 근로시간 규정이 문서에만 머물지 않고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전문직 여성으로서 호흡이 긴 연구 분야에 몸담고 있다 보니 더더욱 현실적인 장애가 많다고 느낍니다. 경력 단절 없는 출산, 육아 문제를 해결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에 박차를 가할 시기는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하는 여성의 생물학적 나이와 정확히 겹칩니다.
이는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지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경력 단절, 출산과 육아의 문제는 비단 연구원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한국에서 법정 근로 시간은 제도만 있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근로자들이 잦은 야근과 주말 출근에 시달려야 겨우 생존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특히 여성은 출산과 육아를 포기하거나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의 전적인 희생에 기대야 합니다. 오래 일하는 문화는 남성들에게도 제대로 쉬지 못하게 하고 아내에게 독박 육아를 하게 하며 가족들과의 교류 및 소통 단절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불러옵니다.
저는 문서에만 적혀있는 법정 근로 시간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한 사람당 주 노동 시간의 상한값을 정하고 그것을 넘는 사업장에는 경고와 함께 불이익을 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이 현실화 된다면 여성의 경력 단절 없는 출산, 육아의 삶도 한층 현실성이 높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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